'픽사'하면은 박스오피스에서 다른 영화와 경쟁한다기 보단 여러 평으로 자체 경쟁을 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이름이 나있습니다. 그 이름값에 걸맞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편 애니매이션부분에서도 '픽사를 위해 이 상이 탄생되었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상을 휩쓸다싶이 했습니다. 단 두 편을 제외하고 말이죠. 바로 <몬스터 주식회사>와 <카>인데요. <몬스터 주식회사>야 그 해 불운하게 <슈렉> 광풍이 터졌던 해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카>는 지금까지 픽사 애니 중 최악의 평가를 받으면서(그래봤자 다른 제작사의 수작급...) 놓치게 되었죠.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것이 올해와 내년, 바로 이 두 영화의 속편이 등장합니다. 그 중 먼저 등장한 것은 <카 2>였죠.
이 영화에서 역시 칭찬할 것은 전세계 4개국(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에 대한 세심한 묘사입니다. 애니적인 아기자기한 특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여기에 사실감과 각 나라에 대한 세밀한 분석에서 나온 특징들, 그리고 픽사 특유의 재치까지 더해져서 마치 영화를 보고나면 세계여행을 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배경이 너무나도 정교하게 구현되어있죠. 이것을 밑바탕에 깔고 <카 2>는 엄청난 양의 액션을 선보이게 되는데요. 첫번째 배에서 이루어진 액션시퀀스부터 관객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으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앞에서 소개한 각 나라들을 돌면서 쉴새없이 화려한 액션을 선사하죠. 지금까지 픽사애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스피드와 화려한 무기들의 연속에 저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여기에 경쾌하고도 빠른 음악까지 더해지니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 영화는 '첩보 영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빠르고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의 세밀함과 독창성을 포기하고 이러한 전개를 택한것으로 보이는데 이 도전은 꽤 괜찮았다고 보여집니다. 주인공들도 상당히 스피디하고 액션도 쉴새없이 터지는 데다가 여기에 앞에서 언급한 빠른 전개와 빵빵터지는 코믹요소까지 더해지니 두시간이 그냥 훌쩍 지나가버리더군요. 먼저 보았던 <퀵>이 그 액션과 코믹요소의 완급조절을 실패해서 아쉬웠다면 이 영화는 그것까지 완벽해서 이 부분에서는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예상못한 깜짝 반전까지해서 이 영화는 끝까지 관객을 즐겁게 하는데 집중하고 그 임무를 확실히 성공해내죠. 그러나 이 도전이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대사들은 모두 식상함 그 자체이며 극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퀸과 메이터가 갈등에서 해결까지 이르는 과정도 심각하게 진부하죠.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이러한 단점들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오락적인 요소가 충분하다못해 넘치니까요.
이 영화를 보신분들이라면 누구나 '이거 픽사영화 맞아?'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의 픽사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스토리나 교훈, 철학보다는 볼거리나 액션, 스케일에 치중한 모습에서 드림웍스의 영화와 더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죠. 이로인해 기존 픽사의 팬분들은 상당히 실망하고 나오실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실제로도 미국에서 평론가들도 그러한 점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던진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그 '픽사'라는 타이틀을 잠시만 살포시 놓고 보면(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이 영화는 올해 여름에 등장한 어떤 영화보다도 가장 여름이라는 계절에 알맞는, 시원시원하고 즐거운 액션첩보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번 그렇게 이 영화를 즐겨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것같네요!
+ <퀵>이 추구했던 모든 것이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드러나니까 드는 난감함
++ 하지만 이게 좋았다고 내년 <브레이브>와 <몬스터 유니버시티>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년에는 혹평할겁니다...?!
+++ 남자애들은... 참 좋아할만한 영화군요.
++++ 사진들의 출처는 언제나 네이버 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