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이하, 사회적 루저, 소시민역할로 충무로의 특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임창정식 영화이다.
너무도 착해서, 순수해서, 한심해서 관객의 동정심을 촉발시키는 페이소스(pathos)와 사회적 준거엔 많이 미달하지만 자신에게 과분한 한 여성만을 지극히 사랑한다는 설정마저 기존 그의 영화 ‘색즉시공’(200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의 틀을 따른다.
상열(임창정 분)은 아름다운 소연(김규리 분)이 건네주는 음식을 받아 먹으며 황홀함을 만끽하지만, 그건 홈쇼핑의 연출일 뿐 촬영이 끝나면 그녀는 이내 냉소적으로 변해 인사조차 받지 않는다. 그녀에게 상열은 마천루(摩天樓)의 창으로 내려다 본 거리의 우체통처럼 그저 3인칭일 뿐이다.
뭐하나 내세울 것없는 그와 홈쇼핑 톱모델 소연의 괴리는 너무도 커서 짝사랑의 범주를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소연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PD(김태훈 분)의 아이를 잉태한 소연은 낙태를 강요받지만 새생명의 감동적 심장박동은 그녀로 하여금 서슴없이 미혼모가 되기를 선택하게 한다.
그녀는 순진한 상열과의 하루밤을 빌미로 그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미처 청산되지 못한 PD와의 인연은 이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된 상열은 소연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여 말도 안되는 핑계로 짐을 싼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플롯이었지만, 미혼모가 안아야 하는 고통스런 부담과 게이들의 성 정체성문제 등 이 사회가 합의해야 할 이슈(issue)들도 엮여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고명처럼 얹힌 조연들의 깨소금 같은 연기는 영화의 시너지를 한층 북돋아 준다.
상열의 욕쟁이 노모로 등장한 김수미씨의 요절복통할 코믹 애드립, 상열 친구 강성진의 게이 프렌드역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파격적으로 등장한 김진수씨의 마릴린먼로 분장, 그리고 주점 ‘가리비안의 해적선‘ 애꾸눈 주인 안석환씨의 엉터리 연애코치, 쇼호스트로 출연해서 관객을 자빠지게 만든 두 개그우먼 안영미, 정경미의 수다등 그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었고 말해야 할 곳에서 대사를 던졌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완료되기 전 자리를 뜨면 미완성이다. ‘사랑이 무서워’의 중의(重意)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