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충분히, 그리고 한가롭게 짜증이 나지 않는 어느 오후 늦은 밤에 봐야 할 것 같은 영화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과 나와 같은 불혹을 넘긴 중년 층들도 제법 관람하고 있었다. 솔직히 중년층들은 혈투라는 제목에 무엇인가 스트레스를 남김 없이 해소하려 아내의 손을 붙잡고 들어 섰다가 실망에 사로 잡혀 아내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영화를 잘못 고른 나쁜 남자의 모습으로 영화관을 나서는 모습과 젊은이들이 하소연 하듯 영화 티켓을 다시 한번 처다 보고 나가는 모습에 실소를 머금은 나로써는 이해가 간다.
초반 약 20분 정도는 흔히 전투 장면과 미스터리 한 부분인 눈보라 속 만주 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한 여각에서의 3인의 조선인들의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흘러가는 시냇물을 보여주듯 그 끝이 강을 거쳐 바다로 가는 식상한 내용 이지만 감독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알쏭달쏭한 느낌이 든다.
관객의 입장에서 본 소감은 배우의 인내심을 시험하듯이 쏟아 내는 대사에 지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배우의 장점은 말없이 눈빛과 몸짓이 장점인 박희순과 진구 배우에게는 특별한 영화일 것이다. 중간 중간 말없이 정막이 흐르거나 서로를 응시하는 눈빛은 잠시나마 영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아마 프랑스 관객이면 좀 더 좋은 영화로 남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좁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목적과 다른 이해로 서로 만나 긴장감과 각 개인의 이해 관계로 관객을 이끌어 가기에는 2% 아니 20%로 가 부족한 것 같다. 연출, 아님 편집에 문제이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풀어가는 구성이 너무 정직하다고 할까?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마치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을 여운으로 뺏긴 느낌 마저 든다.
‘ 진구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대사가 너무 많아 힘들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 라고 말할 정도의 대사에 그만큼 힘들었기에 좀처럼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못 보여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았다. 난 이 영화를 보고 감독의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좁은 공간에서 마치 연극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의 이 영화 보다 더욱 스케일이 큰 영화에서는 어떤 스토리로 어떤 구성으로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 올지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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