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언론에 노출된 수준 정도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윤여정은 자신이 누군가의 대타임을 고민하고 고현정과 최지우는 기싸움을 벌이며
막내 김옥빈은 말할 틈 조차 찾기 어렵다는 상황들.
어쩌면 영화, 가 되고 싶어 채워넣은 약간의 갈등요소인 이런 것들은 눈여겨볼만큼 대단히 매력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영화가 빛이 날 때는 여자들이 카메라앞에 서고, 휴식시간에 수다를 떠는
다큐멘터리, 가 되어버린 순간들이다.
알이 작은 안경과 책, 담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여정과 딱딱해보이기만하는 옷을 더할 나위 없이
당당하게 소화하는 미숙은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님을, 내공이 쌓인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다.
커피를 찾고 라이터를 찾는 선배님들에게 그걸 가져다드리는 타이밍을 늘 한발짝 놓치는 옥빈과
화보 촬영장 안의 누구와도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민희는 젊음, 그 자체다.
대사를 할 때면 늘 어색해보이던 최지우는 때론 귀엽게 때론 똑부러지게 자기 할말을 다 하고
모인 사람들 누구에게도 자기 할말 다하며 웃고 울고 빈정대고 애교부릴 수 있는 고현정은
흰 셔츠와 청바지, 흰 블라우스와 블랙 자켓만으로도 멋스럽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녀들의 수다가 난 몹시도 즐거웠다.
사람으로서 건강히 노년을 맞고 싶은 여정과
여든이 되어서도 환갑의 사내 손을 잡고 싶다는 미숙의
서로 다른 두 생각 모두 다 아름답다고 기억한다.
우리의 라이벌은 이영애라고 손꼽으며
지우와 현정이 유일하게 한마음이 된 순간을 기억한다.
더 많은 작품을 해내고 싶은 민희와
지금은 무얼해도 재미가 없다는 옥빈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지점을 기억한다.
여자는, 마음껏 수다를 떨 때 빛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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