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두비>는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두편의 장편영화로 ‘신동일파(?)’라 부를 만한 강력한 강성 지지자들을 형성해낸 신동일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관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방문자>는 여호와의 증인 청년과 결함이 많은 386 지식인의 우정을 그린 관계에 관한 우화였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성공한 386세대와 그의 하층민 친구의 사연으로 그려진 관계에 관한 죄의식과 불안증이었다. <반두비>는 지금 이 안에 살고 있는 두 이방인의 관계에 관한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고찰이다. 전작에 비한다면 좀더 미래의 상을 걸고 뻗어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민서와 카림이 관계를 쌓아나가는 장면 또는 마음의 친구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장면에 관한 묘사는 전작들보다 훨씬 유하고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게 하는 이 영화 속 세계의 구조를 돌이켜보면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민서는 맛난 것을 사먹기 위해 돈에 욕심을 낸 것이 아니라 영어학원에 가기 위해 돈 욕심을 낸다. 영어학원에 가기 위해 돈을 훔치고 싶은 여학생, 이라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상을 자극하는 현실이 지금 극장 문을 열고 나가면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신동일은 정말 간절하게 말하고 싶어 한다.
감독의 전언은 확고한데 직설적 화법이라는 면모도 확고하다. 그건 신동일 영화의 뚝심이자 동시에 여전히 어떤 문젯거리로 남아 있다. 전작에 비해 유연해졌어도 이런저런 독한 농담들을 나열하는 것은 오히려 영화의 맥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 농담을 듣게 될 당사자들이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정치적 영화에서 분노와 야유가 정서의 흐름을 막아서는 안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세계의 모순을 끌어안으려는 영화는 늘 그 자신의 형식적 구조의 문제도 함께 끌어안아야 하는 고됨이 있다. 마음은 여전히 맑되 형식은 더 간교해지는 신동일 영화의 길은 어떨까, 궁금하다. 어쨌든, 그래도 <반두비>를 보고 나면 마음의 온기가 돌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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