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잔인하며 화끈하다...★★★★
처음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가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의 광고를 접하고선 약간은 유치한 ‘하이틴용 코믹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볼 마음이 거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랬던 영화를 관람하게 된 건 시사회 이후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특히 타란티노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도저히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그 동안 무수히 많은 헐리웃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며 떠올랐던 의문 중의 하나는 오랜 자경단의 역사가 있는 미국에서 스스로를 슈퍼 히어로로 포장해 활동하는 현실적 사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가끔 세계를 구하겠다며 엉뚱한 곳에 총을 난사해대는 또라이들이 있는 걸 보면 분명 있을 법도 하다.
<킥 애스>의 주인공 데이브(애론 존슨)의 문제제기도 이와 비슷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왜 현실에서 슈퍼 히어로가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던 데이브는 스스로가 그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고 ‘킥 애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평소 거의 무존재에 가까운 그가 가진 능력이란 사고로 인해 인위적으로 갖게 된 맷집에 불과하다. 우연한 싸움에 말려든 데이브는 맷집 하나로 전국적인 영웅이 되고, 거물급 마약상 프랭크(마크 스트롱)에게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빅 대디(니콜라스 게이지)와 힛걸(크로 모레츠)을 만나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는 큰 틀에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소년이 슈퍼히어로로 변신하는가 하면, 그럼에도 곤궁한 일상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정이라든가, 같은 동급생인 레드 미스트(프리스포퍼 민츠 프레지)가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며 2편을 예상케 하는 마지막도 그러하다. 가진 힘과 책임감을 거론하는 등의 멘트는 거의 노골적이다. 그러나 <킥 애스>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는 점만 봐도 기존의 청소년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 영화와 크게 다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킥 애스>는 무자비하게 잔인하며, 거칠고 화끈하다. 액션의 잔인함 정도로 말하자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이 연상되는 데, 문제는 <킬 빌>이 성인 여성의 복수극이라면 <킥 애스>는 고작 11살 소녀의 복수극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장면 하나 하나의 잔인함은 <킬 빌>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행위의 주체가 11살 소녀라는 점은 시각적 잔인함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한다.
훈련의 일환으로 11살 소녀에게 방탄복을 입힌 채 직접 총을 쏴서 맞추고 그 소녀는 생일 선물로 인형 대신 잭나이프를 원한다. 소녀가 휘두르는 칼에 악당들의 다리가 잘리고 쏘는 총에 머리가 박살나는 장면은 잔인함을 넘어 일종의 일탈이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특히 결국엔 막싸움으로 가는 경로가 진부하긴 해도 <이퀼리브리엄>을 연상시키는 악당의 본거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말 그대로 화끈하다. 단언하건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힛걸의 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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