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학창 시절에 <글짓기>를 소재로
글 짓기를 숙제를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방자전>이 마치 그런 스타일 같습니다.
보통 글짓기를 할 때는 분명한 소재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면, 미운 내 동생 / 레미제라블을 읽고.... 등
그런데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정 생각이 안나면
글짓기 그 자체를 소재로 삼아 글을 씁니다.
'나는 오늘 글짓기 숙제를 받았다...그런데 무엇에 대해 써볼까?
생각나지 않는다...
왜 선생님들은 이런 숙제 내는 것을 좋아하실까?.......' 이런식으로요.
<방자전>은 고전의 재해석이라기보다는
<춘향전>을 갖고 어떻게 다르게 써 보지? 라는 시발점에서
새롭게 창작해낸 또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세조가 단종을 죽였다는 사실을 놓고
이광수는 단종의 입장에서, 김동인은 세조의 입장에서 쓴 것처럼
시선을 달리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허구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무엇보다 재미있지 않으면 실패하는데
이번 방자전은 혹시모를 그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조여정이라는 배우를 앞세워 섹스신을 넣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몽룡을 간교한 양반으로 만들어 마치 고전의 반전을 의미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네요....
따라서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 영화의 주제는 '지고 지순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야...' 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그것을 그대로 인정해 주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차라리 코믹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이것이 <음란서생>의 마지막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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