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학교를 주제로 한 공포 이야기로 4명의 감독들이 각각의 이야기와 색깔을 나타내고 있는 옴니버스 영화이다. 학교가 배경인만큼 거의 모든 주조연을 어린 배우들이 맡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귀>는 독립영화의 범주에 들수도 있을 것이다.
첫번째 에피소드 '부르는 손'은 어찌보면 단선적인 이야기지만 우리가 들어왔던 학교 전설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복합적으로 구성해놓고 있다. 조은경 감독은 여기서 폐교라는 밀실과 그곳에 갇힌 여학생들을 전통적 기법으로 정교하게 연출하고 있으며 짧은 에피소드지만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세 명의 여학생들의 연기 또한 매우 자연스러우며 특히 '란' 역할을 맡고 있는 이예린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 '내 곁에 있어줘'는 소녀들 특유의 감수성이 현실의 욕망으로 막다른 벽으로 부딧치는 이야기이다. 두 소녀들의 애틋한 우정, 차갑고 냉정한 현실, 차례로 일어나는 비극을 그리고 있지만.. 어느것도 성공적이지 못하다. 공포의 정체가 애매하며 결말 또한 모호하다. 심지어 태국영화 '셔터'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김꽃비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다는 점이 위안이 될까..
마지막 에피소드 '귀소년'은 개인적으로 매우 즐겁게 봤지만 성공적인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에는 요즘의 트랜드에 어울리는 코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귀신을 보는 소년, 학교의 폐해, 순수한 소녀의 사랑, 절대악, 퇴마 등등.. 이렇게 많은 코드들은 아쉽게도 성공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연출과 배우들의 과장된 표정 연기의 결과는 객석의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웃음뿐이었다. 영화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는 타롯 점성술사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편집하는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점성술사의 심각한 표정과 대사는 어색한 연출로 인해 이또한 공포 영화 시작부터 웃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에피소드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각본과 장소 헌팅, 배경 미술이 괜찮았고 특히 작곡과 음향이 상당히 뛰어나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도와주고 있다. 젊은 배우들 또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른 여름 극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립성과 상업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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