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생방송 중에 이혼할 거라고 밝힌 지성희(지진희)는 절친 동민(양익준)과 강릉으로 떠나 불타는 밤을 보냅니다. 각본 대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지만 아내는 왠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자 죄책감에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보니 아내는 벌써 이별을 편지로 통보한 뒤 잠적한 상태... 격분한 성희는 동희와 함께 '아내찾기'의 대 장정에 들어가고 아내와 관련된 인물을 만나면서 몰랐던 그녀의 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됩니다. 그와중에 성희 부모님 집에 도둑이 들어 엄마는 자꾸만 전화를 하시는데...과연 그녀는 왜...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여고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메세지 강한 코미디를 선보였던 이하 감독이 4년만에 다시 한번 그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선보입니다. 집나간 아내를 찾겠다며 나선 세남자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신 폭소를 주기에 가벼운 코미디인 듯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다 큰 어른들이 여행을 통해 새롭게 성장해 나가는 성장 영화 겸 이들의 로드 무비이며 웃음 뒤에 조금씩 잦아 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눈시울을 불게 만들며 묘한 감정의 변이를 경험합니다(다만 기혼자에게 더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미혼자가 이런 감정을 공감할 지는 미지수지만). "난 이해심이 부족했고 당신은 이해력이 부족했어" 지성희(지진희)는 아내와 3년을 살았지만 갑작스레 아내에게 이별을 통보 받습니다. 그러나 누가 먼저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 부부는 각자 벌써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도 이들 부부에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도 무의미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문제의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아내를 찾으러 가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도 몰랐던 사실을 듣고 놀라는 주인공의 모습이 바로 자신으로 투영될 정도입니다. 연애시절 상대방에 대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서로에게 건네던 무수한 질문은 결혼한 뒤에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아이마저 없으면 집에 가서 대화할 소재가 없다는 것처럼 <집 나온 남자들>은 결혼 후 배우자에게 무관심함을 웃음 속에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널 알지 못했던것을... 다소 진지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이하감독은 부부가 걸어가는 각자의 여행을 이용합니다. 남편은 절친과 오빠와 함께 아내를 알아가는 여행을 하고, 아내는 숨겨진 이유로 그녀만의 인생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자던 여정은 서로 각자의 여행으로 바뀌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늦은 후회를 하죠.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 알아갈 시간이 많았음에도 왜 이런 후회를 할까요... 어쩌면 영화에서 집 나간 아내의 이유만큼 이 영화를 통해 우리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인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려는 메세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리 매끄럽지만은 않습니다. 지나친 육두문자가 귀에 거술리기고 조금씩 밝혀지는 아내의 비밀은 영화가 말하려는 내용과의 연관성이 부족합니다. 아내 영심의 오빠인 유곽의 캐릭터도 지나친 웃음을 주려는 인물 설정에 그치고 비약도 심하며 아내 금선과 금주의 출현은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아내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도 쉽사리 납득은 가지 않고 애초에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찾아 가는 미스테리한 구조는 결국 가정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아쉬움에도 VNM(성공을 부르는 네트웍 마케팅) 조직에서의 해프닝 , 녹용의 숨겨진 용도 등은 정말 많은 웃음을 주면서 전하려는 진한 메세지를 가슴에 깊이 남깁니다. 영화를 본 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 '나의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시절의 사랑은 어디로 간걸까' 등 몇가지 질문을 해 봅니다. 이제는 그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합니다. 뒤 늦게 후회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보다는 지금 노력해 답을 찾을 수 있는... 제게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좋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