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뒤 느낌이 그랬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상상력의 끝을 다시 실감하면서도 이전 작품과는 조금 다른 여운을 남기는 작품... 만년 소년을 꿈꾸는 그가 모두가 아는 원작이지만 커다란 틀만을 이용한 채 새로운 자신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전 그와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본다면 약간이라도 즐거운 감상이 되리라 봅니다.

 티모시 윌리엄 버튼이 본명인 팀 버튼은 1958년 로스앤젤레스 버뱅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또래 다른 아이와 놀기보다 홀로 공동묘지에서 노는 것을 더 즐겼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에게 유일한 흥미는 '8mm카메라'였습니다. 낙서를 통해 쌓인 그림 실력과 예술적 재능으로 월트 디즈니에도 입사하지만 밝고 행복한 분위기와 맞지 않는 자신의 색깔에 환멸로 떠나게 되고 독자적인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지요. 교외에 사는 아이의 이중적 생활을 그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빈센트>를 시작으로 그의 재능은 두각을 나타냈고 힘들고 어려운 시절, 자신을 닮은 머리가 졸아드는 유령 이야기인 <비틀쥬스>의 히트에 이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만을 주는 슬픈 운명의 <가위손>,  어둠속 고뇌에 찬 영웅인 <배트맨>으로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년시절부터 매 작품마다 깔린 어둠의 집착은 일반 대중과 그의 열혈 마니아 사이에 괴리를 만들기도 하면서 이번 작품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럼 팀 버튼이 선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떤 이야기일까요...영국의 수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소설이며 원제목은 지금과 조금 다른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입니그 뒤로 제목을 조금 각색한 지금의 제목인 'Alice in Wonderland'로 더 많이 불리우며 다양한 리메이크 작품이 만들어 지죠. 그 작품을 이번엔 팀버튼이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져 환상 속 세상에서 벌어지는 원작의 큰 뼈대를 살린 채 소녀때 다녀간 기억이 없는 앨리스가 나이가 다시 돌아간 그 이후의 모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붉은 여왕, 하얀 여왕이라는 두 대립구도를 만들고 붉은 여왕에 대적할 유일한 투사인 앨리스가 모자장수등과 새롭게 창작된 기발한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벌이는 모험이 다채롭게 그려집니다.

팀버튼 사단의 리더격인 조니뎁은 그와의 7번째 작품을, 아내인 헬레나 본햄 카터도 여자로 하기 힘든 '가분수' 외모와 불안정한 성격으로 독재자인 붉은 여왕을 연기합니다. 하지만 진짜 영화의 주연급들은 새롭게 팀버튼에 의해 창조된 뭐든 알고 있는 파란 벌레인 '압솔럼', 원더랜드의 일정을 기록한 '오라큘럼', 사나운 개과 동물 '밴더 스내치', 볼모로 잡힌 가족때문에 엘리스를 추적하는 '베이야드', 순간 이동하는 고양이 '체셔', 여왕의 무서운 새 '접접새'와 앨리스와 결전을 펼치는 '재버워키'등  팀버튼의 상상력에서 생명을 얻은 그들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이런  팀버튼스러운 무수한 창조물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아쉬운 느낌도 들지만 팀버튼이 자신만의 어두움 대신 전 세대가 공감하면서 보게하기 위해 빛을 선택한 작품이란 생각을 갖고 과연 예언에 내용과 같이 앨리스가 무시무시한 재버워키를 물리치고 상상의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지에 관심을 갖고 본다면 무척이나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날뜩한 칼', '쪼그라 주스', '좋마운 날' 등 생소하지만 웃긴 자막도 흥미롭고 마지막에 조니 뎁이 추는 '으쓱촉싹 춤'도 볼만합니다. 여전히 어둠을 깔고 빛을 말하지만 약간은 대중을 위한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