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이후로 영화는 3D냐 아니냐로 구분되는것 같다. 팀 버튼의 독창적인 정신세계에서 새로 빚어낸 입체 영화는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다.
일단 기대했던 환상적인 색감은 생각보다 별로였고 기존의 앨리스 영화가 보여줄만한 내용은 다 보여줬기때문에 새롭게 짜낸 스토리는 생각보다 참신하지 않았다. 중간쯤 가면 앨리스가 원더랜드를 구하는 구국의 영웅, 잔다르크 같은 삘이 나는데 이게 과연 원전에도 있는 이야기인지는 얼마전에 구입한 주석달린 앨리스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듯.
입체 영화기때문에 기대했던 신나는 체험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그냥 인물과 배경이 부각되는구나.. 정도의 느낌. 팀 버튼이라는 감독에게 기대가 커서였는지 그냥 무난하게 만들어낸 재미있는 디즈니표 영화라는 감상이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 훨씬 더 참신한 작품이었던듯.
언제나 함께 하는 감독의 페르소나인 헬레나 본햄 카터와 조니 뎁이 역시 함께 해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앨리스 역을 해준 여배우도 나쁘지 않았다. 하얀 여왕은 앤 해서웨이 였는데 백치미를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잘 어울리더라.
공포 정치의 붉은 여왕과 인본 정치의 하얀 여왕의 대결에서는 당연히 하얀 여왕이 이기는 것이 순리이고 맞는 일이겠지만 선과 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한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임을 아는 나이인지라 왠지 붉은 여왕에게 안쓰러움과 동정심이 생겼다. 머리가 크다고 사랑받지 못하다니.. 이건 크나큰 비극이 아니냔 말이지. 아울러.. 여자는 역시 화이트닝이 중요하다는 걸 하얀 여왕을 보면서 배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오히려 책이 더 풍부한 상상력과 생각할 여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만큼 평이하게 각색된 팀버튼판 앨리스. 이해되는 스토리의 디즈니 무비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호평을 팀버튼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과 색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혹평을 들을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