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추석연휴지만 나름 하정우를 공략하기로 결정하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뒤졌다.
이동진기자가 말한 것처럼 요즘 영화는 두가지로 나뉜다.
출연료도 안준걸로 아는데 자신들만의 세계가 확실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어필이 덜하지만 10년내에 심은하처럼 한국영화계에 뭔가 확 그어버릴 것 같은 여배우 정유미부터 유난히 여파트너복이 많은 공형진, 그리고 이 영화의 핵심인물이자 주인공이지만 항상 영화 주변을 배회하는 구경남 역할의 김태우! ( 출연자들 이름은 임성한작가 뺨치는 작명실력이 빛을 발함.)
고등학교때 한 친구가 엄지원을 별로 안좋아했다. 한창 강동원이랑 김효진이랑 청춘스타를 내걸고 찍은 '매직'이란 드라마가 하고 있을 때 였는데, 그 아이 말로는 삐져있는 얼굴이라나?;;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신비하고 관심가는 인물이 난 엄지원이 맡은 '공연희'란 인물이다. 이름처럼 이 인물은 공연히 성질내고, 공연히 수다스럽고, 공연히 남의 말에 참견하고, 공연히 푼수처럼, 뭔가 엘리트적인데 어딘가 구경남한테 히스테릭하다. 극중에서 구경남은 아는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술을 산다고한다. 공연희가 그걸 듣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지말라고 진심으로 화낸다. 결국 그렇게 지나간 말이 지켜지질 않았고, 공연희는 원래 화내는 목적과 상관없이 구경남을 그 일로 나무랜다. 내가 왜 공연히라는 인물에 관심이 갔냐면은 바로 이런 점인것 같다. 술사준다는 말을 꺼낸 사람은 기억못하지만 얻어먹으려고 했던 사람은 그 사람 얼굴만 보면 그 생각밖에 안난다. 다소 찌질한 이 이야기가 다뤄질 수 있는건 바로 홍상수감독의 영화이기때문이다.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에서 남자들이 찌질캐릭터로 등장했다면, 이 공연희 라는 인물은 처음으로 등장하는 여자 찌질캐릭터가 아닐까?
난 도저히 알수 없는 그녀의 매력... 최근 미실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삼성가에 몸담았던 분이라서 그런가?
그녀의 전성기를 모르기때문일까, 홍상수 감독 영화의 그녀는 팜므파탈처럼 묘사되지만 몸매도 종아리빼고는 전체적으로 육덕진포스때문인지 나로선 그녀의 매력을 도저히 찾기 힘들다. (무릎팍도사에서 팬들마저 자신의 몸매에대해서 말한걸 알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쏘쿨자세를 취한다. )이 캐릭터는 홍상수영화에서 자주보는 캐릭터라서 그냥 그랬다. 근데 이 역할이 영화 거의 끝날때쯤나오고, 욕먹을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맡은 고현정을 보면... 이 여자 진짜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내공이 장난아닐거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억대 광고주들이 끊이질 않으니까 말이다. 흔히 말하는 진짜 고수... 왠지 데미무어.애쉬튼커쳐처럼 조인성전역하면 둘이 웨딩마치 치룰것 같은 이 불안함은 뭐지;;; 그럼 진짜 고현정은 희대의 능력자다.
김태우는 진짜 홍상수의 페르소나인듯... 이 시대 한국 찌질남의 대표를 뽑으라면 그밖에 없다. 목소리부터 복장, 훤칠한 키임에도 굽은 어깨, 벌어진 다리... 어정쩡한 걸음... 그가 쓰는 안경마저 찌질해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찌질함의 강도가 2정도 라면... 이 감독은 9까지 끌어올려서 표현하는 듯... 계속 피식피식 웃게된다. 우디앨런같은 영화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니;;; 역시 혈님은 토이남으로써 본분을 다하신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빠지지 않고 다보신다나;;; 난 찌질남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음. 귀엽기만 하면.... 싫은건 허세,허풍남들.으하하
아! 무엇보다 영화제목 진짜 잘 지은것 같다. 도대체 뭘말하려는 거지;;; 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영화제목을 보면 다 이해가 된다. 우리는 자신들도 남에게 함부로 평가되거나 정의내려지면 싫어하면서 남에 대해서는 자기멋대로 단정짓고 평가해버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 주인공들이 다들 그렇다고... 그러면서 나는 내멋대로 이영화에 대해서 막 적어놨음. 잘 알지도 못하면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