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mvgirl
|
2002-07-15 오전 9:41:05 |
1331 |
[3] |
|
|
난 영국영화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몇 안되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가 내가 아는 영국영화의 전부이기는 하지만 영국 영화에는 왠지 나름대로의 힘이 있다. 독특하다곤 생각되진 않지만 미국영화와는 차별화된 나름대로의 세련된 영상, 음악 그리고 탄탄한 줄거리 속에 피어나는 위트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훈훈한 웃음과 흐뭇함을 전달한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노팅힐>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내가 말한 영국 영화의 힘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또 한편의 영국영화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직역하면 ‘소년에 대하여…’) 앞서 예를 들었던 모든 영국영화에 주인공 또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휴 그랜트가 이번에도 변함없이 주인격으로 나오는 영국영화이다. (아마도 그는 영국 영화의 대부임을 자처하고 영국영화의 발전과 알리기에 공헌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휴 그랜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영화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다지 핸섬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왠지 잰틀할 것도 같고 착한 것도 같고 어딘지 모성본능을 유발하는 유약하다거나 약간은 모자란듯한 어리숙한 매력을 풍기며 여자들을 사로잡으며 바람기 풍겼던 그. 그래서 그다지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로맨틱 코미디 또는 멜로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였던 그. 근접하지 못할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도 다가서지 못하는 로맨틱하지만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노팅 힐>에서의 모습이나 남의 여자를 가로채고 또 사귀는 여자가 있는 와중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 비열한 바람둥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의 모습 등은 다른 듯 비슷하게 늘 미워할 수 없는 왠지 감싸주어야 할 것만 같은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을 유지한다. 나쁘지만 측은해 보이고 우유부단하지만 로맨틱한 그의 모습은 하얗고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 맞물려 어쩐지 조금은 느끼하다는 느낌을 갖곤 했지만 역시 ‘딱 이다’ 싶을 정도로 그 역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난 휴 그랜트라는 배우에 관심이 없었다.(개인적으로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남성상을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게 그 이유라면 이유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윌 프리먼로 분한 그의 모습이 어딘지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이전에 보여주었던 우유부단하고 로맨틱한 남성의 모습이나 때론 얄미운 모습에서 그다지 비껴있지 않다. 어쩌면 이전에서 보아왔던 그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총 집대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난 이 영화 속의 윌 프리먼의 모습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한 성숙한 느낌의 휴 그랜트를 느꼈다. 머리가 짧아져서일까 ? 아님 여자가 아닌 어린아이와 파트너를 이루어서일까?이전에 느꼈던 느끼함 보다는 아이를 배려하는 어른의 성숙됨이 아이와 함께 어울리는 정말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여졌다. 이제까지 보여주던 로맨틱 가이의 모습보단 어딘지 매력적인 남성의 모습이 두드러짐을 느꼈다. 여지껏 보여주던 모습 보다는 덜 로맨틱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보다 성숙되고 매력적인 남성의 모습을 느꼈달까 ?
영화의 매력 1. 사람냄새 나는 캐릭터 윌 프리먼(휴 그랜트 분) 고생이라곤 모르고 남의 간섭 또한 원치 않는 그는 외롭지만 자유로운 독신남. 서른을 훌쩍 넘어 마흔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는 도통 결혼에는 관심이 없는 그.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메이는 것도 가족을 부양할 책임을 지는 것도 싫다. 단지 그는 인생을 즐기고만 싶다. 어찌보면 그는 부모님 덕분에 세상물정을 모르고 성장이 정지된 어린 어른 같다는 느낌이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성인임에도 그의 인간관계는 지극히 제한되어있고 만나는 여성 또한 지속적이지 않다. 적어도 그의 생활에 마커스라는 12세 소년이 다가오기 전까진…. 처음에 윌은 막무가네로 계속해서 집에 오는 마커스가 불편하기만 하다. 조용한 자신만의 섬에 사람이 들어온 것처럼… 하지만 점차 소년의 방문이 싫지는 않다. 어린 소년이긴 하지만 마음이 의젓해 친구 같은 느낌도 들고 고민이 생겼을 때 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늘 내편이 될 수 있는 동반자가 생긴 것도 같다. 그리고 내(윌이)가 마커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마커스(니콜라스 홀트 분) 12세의 왕따 소년.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둔 덕분에 꽤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소년. 채식주의자인 어머니와 보조를 맞추느라 자신도 채식주의자인 척 하는 엄마보다 어른스런 소년. 어디로 튈지 늘 골치거리인 어머니이지만 어머니의 부재가 무엇보다도 두려운 소년. 단순히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접근한 윌이지만 어쩐지 이 아저씨한테 끌린다. 나한테 좋은 신발도 사주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뭔지도 알아주고 그리고 나를 걱정해 주고… 우리 엄마랑 잘될 것 같지는 않지만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피요나(토니 콜레트 분) 늘 우울증에 시달리고(아마도 첫사랑에 실패했거나 연애사업이 정말로 잘 안되나 보다.) 자식의 기분이나 생각보다는 엄마의 생각이 우선되어 그것이 자식의 생각이거니 하는 조금은 철이 없는 어머니다. 하지만 마커스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사랑하는 방법이 조금 문제가 되긴 하지만…. 레이첼(레이첼 와이즈 분) 세련되고 아름다운 싱글맘. 여지까지 독신을 고집하던 철없는 독신남 윌을 한번에 결혼하고 싶게끔 만들 만큼 매력적인 여성. 그녀도 아이를 키우는 여성인지라 아이가 먼저이긴 하지만 속으론 매력적인 윌이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매력 2. 훈훈한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홀어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라는 소년, 세상살기가 힘에 겹고 외롭기만 한 어머니, 세상물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이 여자만 밝히지만 실제론 외로운 남자. 영화는 외롭지만 약간은 철이 없어 보이는 두 성인이 마커스라는 어른 같은 소년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되면서 철없는 어른은 철이 들고 어른 같은 소년은 어른을 걱정해야하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좀더 소년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영화는 어쩌면 마커스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하던 첨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윌과 친해진 마커스.어머니의 이상한 취향 때문에 학교에서는 왕따였고 집에서는 외톨이인 그였지만 윌을 만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마커스를 12세 소년답게 대해주는 윌. 그를 위해 소년의 취향에 맞는, 소년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해주는 윌. 윌과 가까이 지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는 마커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감과 동시에 어머니와 마커스 사이에 놓여진 진짜 문제점을 윌의 덕분으로 해결하며 진짜 소년으로 거듭나는 마커스의 모습을 통해 주변의 생각이 짧았던 두 성인 즉 윌과 피요나의 거듭남 또한 보여준다. 여자의 입장에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아들을 사랑하기만 했던 피요나는 윌의 지적을 받으면서 비로소 어머니로서 아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자신이 아들에게 얼마나 철없는 어머니 였는지를 절실히 깨달으며 아들과 같이 생각하는 보다 성숙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나 자신 만을 알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던 철없던 어른이 한 소년 덕분에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한 여자가 나타나면서부터 결혼을 꿈꾸게 된다. 소년으로부터 책임감을 배우고 남을 배려하고 돕는 것이 얼마나 흐뭇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레이첼을 통해 알게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얼마나 철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역시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면 안되나보다. 혼자서 살아가던 윌은 마커스와 레이첼을 만나면서부터 외로운 독신생활을 벗어나거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로 어머니를 어떻게 개선시키지 못했던 마커스 또한 윌과의 만남과 윌의 도움으로 어머니와의 관계도 개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였으니 말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자기 스스로 고립되는 것보단 남의 상처를 다독거리며 치료하는 이웃의 의미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이제는 모두가 친구처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는 모습과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를 걱정해 주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마음속 깊이 깨달을 수 있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지만 아주 소중한 교훈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어른과 우정을 나누는 소년이 나오는 영화는 그 소년의 순수함에 어른이 동화되어 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준다는 건 이번에도 적용된 듯싶다.
영화의 매력 3. 세련된 영상, 경쾌한 음악 <노팅 힐>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등을 제작한 워킹 타이틀즈가 제작을 <아메리칸 파이>로 유명한 감독 크리스와 폴 웨이츠 형제가 만든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역시 세련되고 재미나는 멜로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를 아는 제작자와 젊은이의 감각과 위트을 아는 감독의 만남이라 그런지 화면을 표현하는 방법이 전체적으로 세련되다. 특별한 화면의 편집이나 효과는 없지만 영화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내용답게 깨끗하고 예쁜 영상으로 시종 편안함을 준다. 이러한 깨끗하고 아름다운 영상에 더불어 보여지는 경쾌한 음악은 오리지널 스코어보다는 팝음악을 곁들여 주인공 윌과 마커스의 내적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아마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들리는 음악에 흥에 겨워 절로 어깨춤을 추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오랜만에 만나는 정말로 괜찮은 영화이다. 어떤 특수효과도, 기발한 아이디어도, 대단한 자본이 투자가 된 영화는 아니지만 그런 영화에선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들 사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현실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주고 얼마나 그 생명력이 강한지를 확실하게 느끼게 하는 영화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소년 같은 어른 윌과 진짜 소년 마커스에 관한 영화 <어바웃 어 보이>를 보면서 어른인 나 자신은 지금 얼마만큼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 한번쯤 반성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
|
|
1
|
|
|
|
|
어바웃 어 보이(2002, About a Boy)
제작사 : Studio Canal, Working Title Films, Tribeca Productions, Kalima Productions / 배급사 : UIP
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