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용의자X의 헌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또 하나의 작품 '백야행'은 일본드라마로 만들어져 작품적으로나 인기적으로나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다. 본인도 드라마의 1화만을 보았지만, 이번 한국영화로 만들어진 2시간동안의 중요내용을 모두 첫회에서 보여준 일본드라마의 흡입력과 압축력, 구성 등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되었다. 내용의 중요관계, 결말 등을 모두 첫회에서 보여주었음에도 그 후 11화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이끌어간 '백야행'이라는 드라마의 중요포인트는 두 남녀와 그들을 잡으려는 형사 사이에 뛰어난 심리묘사와 인간관계였다.
그렇게 이미 유명하게 알려진 뛰어난 원작을 가져와 한국에서 그것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는, 잘만 만들면 이미 기본흥행과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한석규, 손예진, 고수 주연의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그런 면에서 많은 이점을 안고 출발할 수 있었다.
우선, 영화 '백야행'의 포인트는 여자주인공 '유미호'와 남자주인공 '요한'과의 관계와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나라는 점에서 스릴러로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드라마에서는 첫 화에서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근본적으로 보여주고, 좀 더 심리적으로 파고들어갔지만, 영화에서는 그 결말을 거의 끝에 가서 보여준다. 한 마디로, 어떤 일정부분과 관계만 보여주고 하나씩 풀어가고 파고들어가는 스릴러의 재미와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두 시간이라는 영화적 장르를 살리기위해 선택한 방법으로써는 꽤 나쁘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으로는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기력이 좋았다. 드라마에서는 나이많지만 느긋하게 집요한 형사아저씨가 등장했던 것에 비해, 영화에서는 최고의 연기파배우 한석규가 사연을 갖고 그들에게 아주 집착하게 되는 형사를 연기했는데, 솔직히 영화 '백야행'의 가장 큰 공헌이자 영화를 살려준 배우는 역시 한석규였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드라마 '백야행'하고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도 생각되었다. 다른 두 배우도 연기를 잘 했지만, 약간의 이미지연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한석규의 연기는 정말 날 것의 완전히 그 형사의 진짜 리얼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은, 독하고 인간적이면서도 사연있는 그러한 생생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정말 한석규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히로인이자 히어로격인 손예진과 고수. 두 배우는 빛과 어둠을 나눠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각자의 이미지에 맞게 잘 연기해냈다고 본다. 손예진은 그녀가 가진 팔색조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살려냈다. 여린 듯, 요조숙녀인 듯, 때로는 정적인 악녀 혹은 독한 마음을 가진 여인의 모습 등 '유미호'가 가질 수 있는 이미지를 그녀에게 맞춰 혹은 그 이상으로 외모적인 면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여주었다. 고수 역시 제대 이후에 선택한 작품으로 그가 가진 묵직하고 고독한 이미지를 '요한'에게 잘 대입시켜, 거의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다만, 영화를 보다보면, 아주 가끔씩 이미 만들어진 소설의 캐릭터를 이미지적으로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긴했다. 약간 붕떠있다고 할까? 너무 여린척 하는, 너무 고독한척 하는 느낌이 인위적으로 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영화가 생각보다 조금 길었다는 것이고,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이 영화의 포인트이지만 그게 너무 만들어진 느낌이 종종 났다는 것. 그리고 노출 및 베드신장면이 남녀배우 모두 나오는데, 보는 관객들로써는 나름 볼거리가 되었겠지만, 때때로는 조금 필요없는 씬을 억지로 넣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홍보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내용면으로나 이미지면으로나 배우연기력에서나 흡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원작과 비교해서는 당연히 드라마와 영화라는 장르도 다르고, 이미 물건너 다른나라로 건너온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식으로 잘 풀어냈다고 본다. 특히, 원작에서의 그들의 슬픈 관계와 사연이 매우 안타까웠는데, 영화에서도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그런 면을 잘 살려내었다.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를 세상의 빛이 되게하기위해, 자신은 평생 어둠 속에서 태양도 보지못하며 악한 일을 행하면서 살아왔던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
"아저씨.. 태양이 가장 높이 뜨면, 그림자는 사라지는 거예요..."라며 요한이 말했던 그 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가장 슬픈 대사이자, 그들의 안타까운 관계를 말해주는 한 줄기의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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