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이슈인 '2012'를 일찍가서 조조로 보고오게 되었다. 아침 9시 반 월요일 조조인데도 주요자리는 꽉 찼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한마디로 '2012'란 영화는 5,000원이란 조조영화값으로 경험한 가치치고는 꽤 대단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CG가 난무한다지만, 그것을 실제경험과 같이 느끼게 한 '롤랜드 에머리히'의 시각적 효과에 대해서는 재미와 감탄이 동시에 나오게했다. 그야말로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이런 느낌? 약간의 공포심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꼈다.
한편, 이 영화는 2시간 40분이라는 거대한 시간동안 전반부의 지구함몰과 후반부의 포세이돈 어드벤쳐+타이타닉을 연상케하는 여러 편의 재난영화를 동시에 본 듯한 재미를 주었다. 솔직히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서 인류가 지구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지구가 파괴되는 줄 알았건만, 그 정도는 아니었고 전세계의 지형이 한번의 이동을 거치면서 새로운 세계라는 조각을 맞춰가는 새로운 정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반에서 '방주'라는 그러한 내용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우주선이 아닌 배가 나온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2012년 멸망'이란 마야인의 예언을 실제로 모티브해서 가공적으로 만든 것에 가깝다. 그러나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과 같은 언젠가는 있을만한 일이 아닌 조만간 꼭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좀 더 근본적인 공포심을 전해주었다. 단순히 보고즐기는 것에서 그치는 재난영화가 아닌 약간의 씁쓸함을 동반한 재난영화가 되었다는 점은 여기서 비롯됐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시각적인 롤러코스터적 재미가 가장 컸지만,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도 보고나온 후에 우울한 기분과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래서이다. 더군다나 돈 없으면 여기서도 살 수가 없는거야? '노잉'에 버금갈만한 우울한 결말이다.
왜 10억유로라는 금액의 방주의 티켓이 굳이 등장했는가?라는 점에서는 많은 이들의 불만을 터뜨린다. 우선적으로는 영화 속의 방주를 만들기 위한 금액을 대주는 일종의 스폰서같은 사람들이 필요했고, 그 돈을 대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티켓을 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버리고 갈만큼의 결정권이 있는 것은 정치적, 과학적으로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아무리 존 쿠삭같은 서민적, 가족적 영웅을 내세웠다곤 하지만 그들은 로또의 확률로, 그것도 무임승차로 그 방주를 탄 가족일 뿐이다. 그와 같은 다른 이들은 거의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꽤 기분은 꽤 기분 나쁠만도 하다. 왜 굳이 저런 설정을 내세워 2012 멸망도 우울한데, 또 한번의 현실적 우울함을 던져주냐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도 영화 속과 같이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말이다.
솔직히 영화가 긴 만큼 재밌는 부분 빼고는 조금 지루한 부분이 많은게 사실이다. 특히 초반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데 후반에서 인물들의 공감을 위해서는 필요했지만, 너무 많은 인물에 너무 많은 나열이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이고 조금 스피디하게 갔거나 더 몰입할 인물들만 얘기했을 것이 좋았다. 그것만 줄였어도 2시간의 쌈박한 영화가 나왔을 법했다.
2012는 온갖 재난영화의 집합체이자 결정체이다. 초반의 지구붕괴의 시각적효과들은 이전에 본 것들도 있고, 이번에 새롭게 눈을 뜨이게할만한 장면들도 있었다. 후반은 거의 포세이돈 어드벤쳐 혹은 타이타닉이라고 해도 상관없을만큼 비슷한 장면과 내용들이 보였다. 물론 다 재밌긴했지만. 아쉬운 점은 '2012' 멸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초반만 활용한 것 같다는 얘기다. 그에 따른 리얼한 공포심은 초중반까지이고, 후반의 방주가 등장하면서부터는 SF적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공상과학적 이야기의 느낌인지라 공감보다는 극한의 재미적 긴장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적인 부분에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에게 많이 아쉬운 부분이 그렇게 가족적인 부분을 내세워도, 이렇게 미국적이고 이전에 본듯한 이야기만 썼느냐이다. 조금만 비틀어도 새로운 관계도의 얘기가 덧붙여질 수 있는데, 정말 봐도봐도 새로울 것 없는 인물대립구성과 가족이야기를 굳이 써넣었다. 존 쿠삭의 가족을 살리기위해 죽은 비행조종사 '샤샤'나 가장 불쌍한 캐릭터 양아버지 '고든'까지...정말 '고든'이 가장 불쌍하고 처절하게 죽었다. 그가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내놓았어도, 결국 '2012'는 현존하는 최고의 시각적 볼거리와 경이의 영화적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거대블럭버스터였다. 정말 5,000원만 주고 이런 영화를 본다는게 조금 미안했을 정도. 반대로, 5,000원만 내고 이런 경험을 했다는게 뿌듯하기도 했을 정도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정말 어마어마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아무리 단점이 많다해도,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최고의 화면과 사운드로 봐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전세계에서 개봉 1주일도 안되서 제작비 2억6천만달러를 회수할만큼의 폭발적인 흥행을 낳고있다. 단순한 블럭버스터가 아닌, 2012 멸망이라는 리얼한 소재를 가지고 전작들의 실패를 뛰어넘을만큼의 이야기와 볼거리를 가지고 돌아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역시 이런 재난영화의 대가라고밖에 할 수 없겠다. 최고의 시각적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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