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고 부를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CG자체는 엄청나다. CG만을 위해서 본다고 한다면 보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딱 거기까지 원한다면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는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한계는 스토리의 부족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위기의 과잉이다. 모든 순간순간이 다 위기다. 주인공이 살아남는 것이 희한할 정도다. 주인공이 가는 모든 곳에는 화산재가 떨어지고 땅이 갈라지고 기계는 고장나있다. 필연적으로 고장나있는 것이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몇센치의 간격으로 위기를 넘기는 것이 열번은 나올 거다. 이 정도면 영웅이라기 보다는 '신의 자식'에 가까운 마법의 생명력이다. 주인공의 그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런 어거지 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초반에는 그럴듯해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에서는 미국의 장관과 박사를 서로 대립시키고 있지만 억지다. 이 영화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배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식량과 식수 등을 고려해서 석학들이 계산해낸 그 인원을 장관은 지키고자 한다. 박사는 '우리가 인간이라면 그것을 무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태워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 영화가 종교적인 기적이 발생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이 영화가 끝나고 다음 장면에서는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굶어죽어야 된다. 즉, 모든 사람이 죽는 것이 이 영화의 실제적인 결론이다. 이런 결론이 틀리다면 인원을 계산해낸 수많은 학자들은 모두 바보들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도 살아남는다면 그간의 계산은 대체 그 정체가 뭐냔 말이다.
위기에도 뭔가 개연성이 있고, 인물들의 주장과 대립에, 그리고 작가의 주제의식에 뭔가 일리가 있어야 상황에 공감이 갈텐데 이 영화는 아주 천박하게 공자님 말씀만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혹평을 한 영화는 거의 없는데 이 영화는 그런 혹평을 들을 만한 아주 삼류급의 저질 영화이고, 다운로드 받아서 집에서 새우깡을 먹으면서 몇장면을 반복해서 볼만한 영화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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