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리라 생각하기에 대박을 찍어본다.
그러나 마지막 상영으로 관람하고 돌아오며 복기해본 2012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이렇다.
재난의 징후가 포착되는 시점부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지막 부분까지
영화는 정신없이 내달린다.
듣던대로 영화가 묘사하는 재난의 규모와 그래픽은 대단한 수준이다.
대지진과 화산폭발로 인한 지옥도는 잠시도 한눈 팔 틈을 내주지 않고
종반부 방주안에서 벌어진는 사투역시 대단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문제는 이야기가 갖는 흥미진진함인데....
에머리히의 장점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재난 장르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는 그닥 신통치 않았다.
평론가들의 혹평이야 늘상 있어왔으니 별로 신경도 안썼지만
내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적잖이 씁쓸했다.
지극히 사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지만
2012의 캐릭터나 드라마는 평론가들이 혹평을 퍼부었던
'스타게이트' '인디펜던스 데이' 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스타게이트와 인디펜던스 데이는 적어도 캐릭들의 개성이 살아있었고
그들이 가진 사연들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만한 수준으로 연출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래서 두 영화를 보는 동안은 이야기에 몰입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2의 경우 산속에서 대재난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하는 미치광이 '찰리' 를 제외하면
딱히 개성있는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존 쿠삭을 비롯해 연기파 중견배우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누구하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워 보인다.
2012에서 배우들의 역할은 엄청난 재난의 '뒷배경' 정도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나름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나오기는 하나
긴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각각의 캐릭터들의 사연과 감정선을 따라가며
공감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
덕분에 지진과 화산, 해일 와중에 누가 죽던 특별한 감흥을 얻기가 어려웠다.
특히 방주안에서 주인공 에드리안이 세계 정상들을 향해 감동의(?) 연설을 할때 이런 약점이
적나라 하게 드러난다. 주인공의 설득은 극중 각국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지언정
스크린 너머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지는 못한다.
어느 평론가 말마따나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갈등이나 멸망을 목전에둔 인간의 이기심
자신의 직무와 대의 앞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고뇌등의 이야기가 있지만
하나같이 슬쩍 건드리고 넘어가는 정도로 그친다.
결론적으로....
투모로우 정도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스펙타클함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2012는 전대미문의 블록버스터다.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대형 스크린에서 감상하시길 권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과 캐릭터의 존재감은 에머리히 영화중에서도 상당히 쳐지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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