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를 보기전에 CG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준 영화는
트랜스포머라 생각했었는데, 전편에 비해 별로 나아진게 없이
우려먹기를 반복했던 속편을 보면서 솔직히 이건 아니다라는
회의감이 머릿속에 짙게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2012'는 그 사실을 눈치채기라도 한듯이 기존의 재난
블록버스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로 우리의 눈을 사로 잡습니다.
영화가 좀 잠잠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몰아치는 스펙터클한 영상은
거대한 자본력과 첨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더군요. 마치 따라 올테면 따라 와보란
식으로 우리가 한걸음 쫓아가면 열걸음씩 도망가는 그들의 영화 제작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용이야 이런 장르가 그러하듯이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 가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주인공은 운도 억세게 좋아서 위기의 순간을 신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막히게 잘 헤쳐 나가는데 충실하고 역시 단골
메뉴로 빠질 수 없는 진부한 가족애도 등장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진부함 속에 그려진 휴머니티는 나름 괜찮았으며
그 무엇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냉혹한 현실이
궁지에 몰렸을 때 묘사되는 모습은 영화 관람 내내 씁쓸함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들더군요. 얼마전 어떤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모 여대생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루저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릅니다.
아주 똑똑하거나, 재력이나 권력이 막강하지 않은 이상은 '2012'속에서는
우리 모두가 루저이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즐기면 되는 오락 영화 한편으로 너무 심각해진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하~
끝으로 '2012'와 비슷한 영화로 올해 상반기에 개봉했었던 '노잉'이란
영화가 있는데, 같은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로써 둘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 상에 시각적으로 펼쳐지는 재앙의
임팩트나 스케일은 '노잉'에 비해 '2012'가 압도적이지만 영화속에서
묘사되는 재앙은 '노잉'이 압도적인데다 두 영화가 향하는 곳은 서로
상반되어서 '2012' 관람전에 에피타이저로 추천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