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식 코미디에 공감한다면... ★★★☆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한 듯도 싶고, 어떻게 보면 기발하기도 하고. 예전에 <시실리 2km>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묘한 말장난과 상황에서의 묘한 어긋남이 주는 유머가 나름 골 때리게 웃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확연하게 패가 나뉘었음을 알게 되었다.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간은 별로 없는 것 같았고.
아무튼 그 <시실리 2Km>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 바로 <차우>다. 사실 <차우>가 괴수 영화로 홍보되고 소개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조악한 CG라든가 액션 장면에서의 빈약함은 이 영화를 선뜻 괴수영화로 꼽기에 주저하게 된다.
지리산 어귀의 한 마을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전설적인 사냥꾼이었던 천일만(장항선)은 손녀 시체의 흔적을 보고는 거대한 식인 멧돼지의 짓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관광객 유치에 장애가 될 것을 우려한 마을사람들은 식인 멧돼지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결국엔 마을회관에서 잔치 도중 거대한 멧돼지의 습격을 받는다. 천일만과 김순경(엄태웅), 신형사(박혁권), 백포수(윤제문), 그리고 동물을 연구하는 변수련(정유미)은 한 팀을 이뤄 식인 멧돼지를 쫓아 산 속으로 들어간다.
앞에서 말했듯이 괴수영화로 칭하기에 <차우>는 민망할 정도로 빈약하다. 화면을 가득 채우며 등장한 거대한 멧돼지는 허접한 CG로 인해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닌, 거의 장난감처럼 보임으로서 괴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포와 긴장감을 급격히 떨어트린다. 2005년작인 <웰컴 투 동막골>의 멧돼지에 비해 아무런 진화와 발전 없는 멧돼지를 본다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멧돼지 CG가 허접해서인지 몇 차례 등장하는 액션 장면도 그다지 재미를 주지 못한다. 거기에 액션 장면에서의 창의성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멧돼지 시점으로 전개되는 공격 장면도 다른 영화에서 자주 활용된 방식이고, 멧돼지와 백포수의 근접 장면은 정확하게 <베어>의 패러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액션, 괴수 영화로 치장된 홍보와 달리, <차우>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영화다. 그건 바로 코미디다. 특히 <시실리 2km>의 신정원식 코미디에 공감해서 웃었던 사람이라면 분명 <차우>에서도 공감의 폭이 넓을 것이다. <차우>에서의 코미디 감각은 <시실리 2km>를 거의 정상 영화라 평가해도 좋을 정도로 그 한계치까지 밀고 나간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코미디 장면을 만들어 내고, 골 때리는 유머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비현실적 캐릭터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사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캐릭터는 현실에 존재하는 캐릭터의 과장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면 아무데서나 물건을 챙기는 신형사의 캐릭터)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한 얼굴로 늘어 놓는 말장난은 보는 관객을 배꼽잡게 만들고, 특히 그런 말장난이 평소 코미디와 거리가 있는 배우들이 구사함으로서 그 효과를 더욱 높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신정원식 코미디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충분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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