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차우는 스릴 있고 현실성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구조가 잘 짜여져 있고 예리한 인물들이 나와서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영화가 무섭게 느껴진 것은 극장 안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친척들과 밥을 함께 먹기 위해 시골 쪽으로 가는 과정에서였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화로워만 보였던 울창한 산들이 이제 더 이상 그냥 산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 우리 인간들이 아직은 알지 못하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시골의 풍경들, 무성한 나무, 공사 현장, 낡은 집들, 산에서 물길을 터놓은 곳 그 곳 어디에선가 거대한 식인 멧돼지가 달려 나올것만 같았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 속에서 <차우>의 멧돼지의 모습이 문득문득 머릿속을 짧게 스치고 지나갔다 영화를 볼 때는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영화를 다 보고 현실에 돌아왔을 때야 그 두려움이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시골길을 차를 타고 달리면서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나름대로 문명화되고 과학이 발달한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간이 위대한 것처럼 여기지만 그런 것 없이 자연 속에 덩그러니 떨어지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일까하고 과학 문명 속에서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그런 공포를 가장 근원적인 공간, 자연이 느껴지는 시골에서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차우>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환경 파괴로 인한 돌연변이는 아니었다 다만 무분별한 외래종의 도입, 이익을 위해 자연의 질서를 기꺼이 거스르는 것에 대한 경고가 들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앞에서 말했듯이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를 느꼈다
그냥 영화내내 웃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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