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단정한 외모에 비해 무언가 모잘란듯한 엉뚱함을 소유한 휴그랜트, 어지럽고 화려한 불빛이 만연한 허리우드 거리에 비해 작고 소담하지만 문득 친근함이 느껴지는 영국식 풍경, 큰 소리내어 요란하게 극장안을 울리지는 못하지만 킥킥거리는 작은 웃음에도 묘한 여운이 남는 영화, 그것이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의 매력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영국영화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면 그 장엄하면서도 엄숙한 느낌에 처음엔 지루해지지만 시간이 관객의 호기심에 엉킬때쯤이면 그 낯설지만 독특한 여운이 남는 영국영화에 문득 작은 여운이 남는 것을 느낀다.
화려한 문구와 깊은 절망감을 보이는 메세지를 강렬하게 받은 것도 아닌데 그 기묘할정도로 침착한 영국식 유모는 괜시리 관객의 가슴에 쑥 들어와 호숫가의 물결처럼 살짝 설레여준다.
그래서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류 같은 정말 가벼운 지루함과 더불어 깊은 흥분을 일으켜주는 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삶의 무의미함 속에 자신은 섬이다라고 주장하는 독신남, 세상에 유일무일한 노래 하나를 남기고 그 버거움에 술로 시간을 탕진하고 사라진 아버지의 유산으로 놀면서 여자유혹하는 것을 낙을 삼는 남자, 기타를 장식품처럼 여기면서도 아버지의 무관심때문에 자신은 분명 섬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남자..
거기에 인간이란 더블어 사는 섬이라고 생각하는 한 아이가 살며시 끼어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감독은 상처받은 아이를 이미 상처받고 커버린 또다른 큰 아이를 만나게 하여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현재의 고통의 실마리를 연결해 준다.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아 주면서 우리 모두는 징검다리가 연결된 섬에서 사는 인간이라 설정하는 것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휴그랜트와 아이의 모습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깔끔한 영국신사처럼 보이는 휴그랜트와 그가 입은 패션은 마른듯한 그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고 바람둥이처럼 보이게 하며 아이의 너절한 모습과 비교되어 관객에게 또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영화는 폭소가 극장을 울릴정도의 기쁨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가벼운 웃음속에 삶의 한부분속에 담겨진 타인의 고민거리를 읽은듯한 유쾌한 전개는 분명 빠르고 현란한 허리우드 영화와는 별개의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영국식 정원에서 묻어나는 차분하고 정겨운 지겨움도 이겨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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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나비잠이 뭐냐?
2010-08-10
11:47
1
어바웃 어 보이(2002, About a Boy)
제작사 : Studio Canal, Working Title Films, Tribeca Productions, Kalima Productions / 배급사 : U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