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호러 거장의 귀환. 그의 작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성공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전부터 그는 이미 B급 호러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감독이었습니다. 20대에 처음 만든 이블데드 1편 (1982년작)은 소규모 인원과 얼마 안되는 비용을 가지고 만들어낸 역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입니다. 장총과 도끼 그리고 전기톱이 보여주는 잔혹함과 블랙 코미디는 상업적인 호러물과는 차별화된 공포를 주며 그의 팬층을 두텁게 했습니다.
호러물의 거장 답게 그루지 (미국판 주온), 다크맨, 30 데이즈 오브 나이트, 부기맨 등을 기획, 제작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다수 탄생시키기도는 했지요.
하지만 샘 레이미의 매력은 공포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작품인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포함하여 스릴러인 '심플 플랜', 서부 영화인 '퀵 앤 데드', 로맨스 영화인 '사랑을 위하여' 는 호러와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그의 색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물론 이들 중 대중적인 성공으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누가 뭐래도 스파이더맨인데, 그가 스파이더맨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스파이더맨을 괴롭히는 악당이 좀비나 악마가 아닐까라는 기우도 있었겠지만 그런 우려를 뒤로하고 매 시리즈마다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영웅의 모습, 사랑하는 여자와의 엇갈린 사랑, 친구가 적이되어 목숨을 건 대결을 해야 하는 구성은 단순한 선과악의 대결 이상의 그만이 가진 차별화된 점이었던 것이죠.
그런 그가 이블데드 4편을 준비하면서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이란 작품을 선보입니다.'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가 만든 작품임을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어쩜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가 더 맞다고 봐야 함에도 워낙 스파이더맨이 큰 성공을 거두다보니 ... 그런 홍보 문구도 나름 이해는 갑니다.
이 작품은 호러물을 좋아하시는 관객과 함께 그의 B급 영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것은 공중파를 탈 수 있는 장면들만 엄선한 것이고 진짜 알맹이는 따로 있습니다. 스파이더맨만들면서 어떻게 욕구를 참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감독은 비용을 고민하면서 만들던 옛날 작품이 아닌 상업적으로 성공한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고, 만들고 싶었던 B급 호러를 작정하고 만든 듯 합니다. 뭐랄까.... B급 호러물이 상업성과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몇가지 눈에 띄의는 점은 우선 B급 호러물의 거장 답게 수많은 장면에서 강한 비위를 요구합니다. 늙은 노파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토사물, 크리스틴의 코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파리, 분수처럼 뿜어지는 코피, 크리스틴이 만든 파이의 속...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장면들에서 참을 수 없는 구토의 욕구가 생깁니다. 물론 이블데드에 비해 조금 순화되긴 했지만 일반 호러물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 충격은 의외로 강합니다.
그리고 사운드가 예술입니다. 악마나 할머니가 갑자기 튀어 나올 때 함께 들리는 강렬한 사운드는 온몸이 깜짝 놀라며 움찔 거립니다. 어떤 장면에선 예상도 하지만 마치 그럴 것을 예상한 감독은 더욱 강력한 사운드로 압박해 옵니다. . 간혹 주방용품과 커텐등으로 저렴한 사운드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왠만한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소리의 충격은 이번 영화의 또 다른 매력중에 하나이죠.
거기에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숨어 있습니다. 전혀 웃길 상황이 아닌 장면에서 웃게 되는 유머.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손수건을 간신히 막는 그녀의 모습이나 악마를 쉽게 이겼다며 안심하는 장면등이 주는 웃음은 코미디 못지 않기도 합니다만 단연 최고는 역시 할머니이십니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자신을 모욕했다며 엄청난 괴력으로 그녀와 벌이는 육탄전. 그리고 끝까지 괴롭히며 뽑아대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 악령을 쫒겠다며 염소를 등장시킨 의식에서 보여주는 어리숙함등은 무서운 공포와 함께 웃음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전개에서는 약간 아쉬움도 있는데요... 할머니가 저주를 내린 단추를 어떤 식으로든 없애도 주인인 그녀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설정에서 돌연 뒤바뀌는 상황은 조금 앞뒤가 안맞는 것 같구 결말도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하지만 간만에 극장에서 B급 호러의 진수를 보았습니다. 신체가 잘리거나 피한방울 (코피를 제외하고) 없어도 장난아닌 공포도 느끼면서 움찔 움찔 놀래기를 수차례, 그러다 신나게 웃기도 하고 ... 참을 수 없는 구토의 욕구도 참야하지만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블 데드가 올해 언제 개봉할 지 모르겠지만 벌써 기대됩니다. 물론 내년에 개봉할 스파이더맨 4편도 기대되구요... 공포와 유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빵빵한 사운드로 보시기를 꼭 당부드립니다. 앞으로 노인께 잘 해야 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힘없는 사람도 도와주구요... 그녀 당하는 거 보니까 절로 다짐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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