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고... ★★★
2007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공개되었다가 실망만 그득 안겨 준채 혹평 속에 조용히 사그라진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 감독이 이름만으로도 기대수치가 상승하는 배우들과 함께 미국에서 작업한 첫 장편영화다.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남자친구가 새로운 여자와 방문했던 카페에 들러 남자친구의 집 열쇠를 주인인 제레미(주드 로)에게 맡긴다. 제레미의 항아리에는 주인을 잃고 버려진 열쇠들이 한 가득이다. 그 열쇠 하나하나마다 담겨져 있는 사랑과 이별의 사연들. 연인과 이별하고 쓸쓸한 엘리자베스는 매일 밤, 이 카페에 들러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남겨진 블루베리 파이를 먹는다. 그러면서 제레미와 그녀는 점점 사랑에 빠지지만, 엘리자베스는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아무 말 없이 뉴욕을 떠난다. 엘리자베스가 여행을 떠나면서 영화는 일종의 로드 무비처럼 엘리자베스의 여정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엘리자베스는 낯선 도시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편지로 써서 제레미에게 보낸다. 제레미는 여전히 카페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엘리자베스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가운데 자신을 돌아본다.
이 영화가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 <화양연화>의 양가위 감독 작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단 출연 배우들로 인해 눈길을 끌기에 딱 좋은 영화다. 물론, 이 영화는 여기저기에 양가위 감독의 인장이 찍혀 있다. 특히 속도감을 조절하여 아련한 느낌을 주는 감각적인 화면은 여전히 양가위의 것이다. 그럼에도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감독의 연출보다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그나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레이첼 와이즈 등의 유능하고 매력적인 배우들과 데뷔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휩쓴 노라 존스의 첫 영화 나들이이자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단 한 장면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다. 그 단 한 장면이라 함은 영화의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는 노라 존스와 주드 로의 거꾸로 키스 신공(?)이다. 그 외의 이야기들은 배우들을 보는 맛은 있어도 이야기 자체의 힘은 좀 약하다. 평면적이고 전형적이며, 어떻게 보면 달콤하게만 보이려 애쓴 흔적들이 찍혀 있다. 그래서 블루베리 파이가 안 팔리는 것일까? 왠지 모르게 진한 달콤함으로 인해 입안이 아릴 것 같아서? 그럼에도 블루베리 파이로 인해 아름다운 여성과의 키스에 성공할 수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니 이 영화는 한 편의 판타지 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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