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 출처는 http://www.movist.com 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는 부분은 별도 표시를 하겠습니다.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 니콜라스 케이지, 챈들러 캔터버리 개봉일 : 2009년 4월 16일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SF
<크로우>, <다크 시티>, <아이 로봇>의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의 신작 영화 '노잉(Knowing)' 을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노잉은 제목 그대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을? 재난이 일어날 것을 말이죠.
일단 시놉시스를 보시죠.
1959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이 타임캡슐에 담긴다.
그로부터 50년 후인 2009년. 타임캡슐 속에서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가득 쓰여진 종이를 발견한 캘럽은 그 종이를 MIT 교수인 아버지 테드(니콜라스 케이지 분)에게 전해준다.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재앙을 예고하는 숫자였음을 알게 된 테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50년전에 한 초딩이 빽빽하게 적어 놓은 숫자가 인류에게 일어날 각종 재난에 대한 예언이라는 놀라운 사실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다른 재난 영화(아마겟돈, 딤 임팩트, 볼 케이노, 단테스 피크, 투머로우, 해프닝 등)가 한 종류의 재난을 상영 시간 내내 다루는 것에 비해, 노잉은 어떤 특정 재난이 아닌 50년간의 모든 재난과 미래에 있을 재난 전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과학적인 현상에 의해 재난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노잉은 예언이라는 오컬트적인 스타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난 영화 특유의 긴장감에 미스테리 영화 같은 신비감이 가미되어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해프닝도 이런 느낌이 좀 있었죠. 물론 영화는 한 편의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만... 그러고보면 참 안타까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입니다. 식스 센스 이후로 도통 힘을 못 쓰고 있네요)
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는 MIT 의 물리학 교수로 등장합니다. 재난 영화에 과학자 만큼이나 적합한 인물이 없겠죠. 최소한 과학 선생님이라도 되어야 뭔가 일어날(혹은 일어난) 재난에 대해 이해를 하고 대처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아마겟돈 처럼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재난 영화는 주인공이 대다수 과학자였습니다.
물론, 재난을 막거나 대처하는 영화가 아닌 재난이 일어난 상태에서 탈출하거나 하는 영화의 경우라면 주인공이 꼭 과학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타이타닉은 그냥 백수 양아치였고, 포세이돈(오리지날)은 신부였으며, 타워링은 건물(...)이었죠. 그러고보면 이 영화들은 대부분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부분이 좀 다르군요.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사명을 충실히 다하기 위해서, 대단히 훌륭한 화면빨(CG)을 보여줍니다. 각종 재난이 일어나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강렬합니다. 직접 사고를 목격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스포일러 없이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후반부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유주얼 서스팩트나 식스 센스 같은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스토리가 후반에 풀리기 때문에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그 부분은 경고후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감상에 지장을 드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히만 말씀을 드리면...
대략 상영시간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영화의 쟝르가 바뀝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때부터 대단한 혼란을 느끼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곱게 미쳐버리죠-_-;
이 영화를 가장 잘 감상하는 방법은, 영화를 보시다가 1시간 30분 정도 됐을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으실 때... 바로 그 때, 영화 감상을 마치시고 극장 밖으로 나오시는 겁니다!
그럼, 대단히 궁금한 마음이 남겠죠? 그래도 그 후로 평생 어떤 스포일러나 감상도 읽지 않고 영원히 궁금해 하는 겁니다!!!
그럼 별 5개 만점에 4~4.5 개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끝까지 보신다면...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는지 아실겁니다.
일단, 영화 보실 분들인 직접 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의 감상은 스포일러 없이 쓸 수가 없거든요.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영화 안보신 분은 더 이상 보지 마세요^_^]
마지막 예언은 바로 인류의 멸망이었습니다. 그 마지막 예언의 정확한 의미도 대략 며칠 정도 전에 알아내죠. 태양이 살짝 폭발을 일으키는데, 하필 그 복사열이 지구를 쓸고 지나갈 것이라는 것이죠.
이쯤에서 관객들은 혼란스럽기 시작합니다. 며칠도 안남은 상태인데 대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지?? 아마겟돈에서는 날아오는 행성하나 박살내겠다고 몇 개월을 난리를 치다가 겨우 잡았는데... 겨우 이틀, 아니면 하루 정도 남은거잖아?
더구나 그런 상황이면 멸망 하루 전날 쯤은 밤을 새워서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주인공들이 모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라면서 잘 자다니-_-;;;
다음날 여주인공이 미쳐 날뛰기 시작할 때 관객들은 더욱 불안해집니다. 지구 멸망이 몇 시간이 안남은 것 같은데, 물리학자 케서방의 충고나 엄마 예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냥 복사열 피하겠다고 동굴 찾으러 다니고...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설마!??? 했습니다. 진짜 죽었더군요.
'어라? 이 감독 성격 이상하네...-_-'
라고 의아해하고 있을 찰나.
방심할 틈도 없이,
우주인 등장!
두둥!
이건... 뭐... 지...
인디아나 존스 4 에서는 '설마 설마'가 아니라 '거의 확정적'이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 제대로 뒷통수 갈겨주시더군요.
모든 예언은 우주인이 한 것이고, 선택받은 사람들을 모아서 다른 별에 정착 시켜주겠답니다.-_-;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오컬트적인 요소에서 오는 신비감이었는데, 갑자기!!! 쟝르가 SF 로 바뀌면서, 바로 '지구가 멈추는 날'이 되어버린거죠.
애들을 우주인에게 보내고, 갑자기 가정적인 남자...가 되어서 가족을 찾은 케서방은 복사열에 의해 지구 60억 인구와 함께 재가 되어 사라지고...
영화는 끝납니다.
보신분들만 지금 이 내용을 읽고 계시겠지만, 혹시, 영화 보실 생각이 없어서 그냥 죽 읽으신 분들... 저 지금 거짓말 하는거 아닙니다.
지구가 불타고 끝나요.
끝~
네, 장면은 꽤 괜찮습니다.
아마 영화의 모든 제작비는 3번의 재앙에 대다수 사용되었을텐데요. 그 중에서도 지하철 사고와 지구 불태우기는 그야말로 최고죠.
감독이 얼마나 즐거워 했을지 저는 상상도 안됩니다.
"캬캬캬.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의 절반은 미치고, 절반은 돌아버릴거야. 아~ 둘이 같은건가? 하여튼 난 영화 역사상 최고로 멋지게 관객을 엿 먹여주겠어!!! 일단, 먼저 우주인을 넣어 우주인!!! 그것도 갑작스럽게 어이없게 썰렁하게~ 사실 그냥 쌈빡하게 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몇몇은 살아남았다고 해주지 뭐~ "
네, 영화 평론가들은 헐리웃에서 보기 힘든 진행을 했다고 대단한 칭찬을 하더군요. 호평도 많구요.
전 해피 엔딩이 좋아요. 아니, 해피 엔딩이 아니고 슬프고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배드 엔딩이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모차르트는 요절했어도 아마데우스는 100번을 봤거든요.
하지만, 황당하거나 허탈하면 열 받지 않을 수가 없단 말이죠.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노리는 철학 영화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럼 배드 엔딩을 선택하고 싶었어도, 좀 블록 버스터 답게 했어야죠.
저도 지구 박살내고 전멸 시키는 장면 자체는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지구는 망했더라!
뭐 이건 뭐 그리 나쁘지 않아요.
항상 영화나 소설 보면 인공지능들이 그러잖아요. 지구 최고의 적은 인류라고.
근데, 쟝르가 SF 로 바뀌면서 너무 김이 샜다는 느낌일까요? (아, 물론 SF 란 단어가 Science Fiction 이지만 제가 얘기하는건 우주인 얘기입니다)
어차피 지구를 불태울거라면, 제가 원하는 스토리는 이런거였습니다.
- 1안 : 배드 엔딩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과학적인 지식(핵폭탄, 방어막 등)을 총 동원해서 발악을 하다가 통쾌하게 멸망. 물론, 우주인 따위는 나오지 않음.
- 2안 : 배드 엔딩 마지막 예언을 따라가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영화 스토리도 그런 뉘앙스죠) 그 곳으로 가서 케서방이 미친듯이 난리를 치다가 아슬 아슬하게 예언이 얘기한 일을 완수하지 못하고, 자녀들과 함께 60억 인류 모조리 멸망. 여전히 우주인 따위는 나오지 않음.
-3 안 : 해피 엔딩 마지막 예언의 지시 사항을 따르지 못하는 것은 2안과 같음.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장면 추가.
"그리고 1만년 후"
다시 지구에 진화가 시작되는 장면이 나옴.
시점은 포유류 정도~ 공룡 장면은 CG 값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고, 크로마뇽인이나 베이징 원인 등이 나오면 살짝 개그스러울 것 같아서 포기.
여기서 잠깐!
제가 우주인을 경멸하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전 로버트 저매키스 감독의 컨택트(Contact)에 나오는 대사를 좋아합니다.
조디 포스터(의 어린시절) 이렇게 물어보죠.
"아빠, 우주인의 존재를 믿으세요?"
대답이 걸작입니다.
"글쎄, 우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없다면 이 넓은 우주는 너무 큰 공간의 낭비인 것 같구나"
아, 멋지지 않습니까?
우주인이 있다 --> 공간의 낭비가 아니다. Good~ 우주인이 없다 --> 그 넓은 공간이 오로지 지구인만을 위해 존재한다. Cool~
제가 우주인을 싫어하는게 아니에요.
스타 워즈, 스타 게이트 시리즈는 엄청난 팬이고, 우주에서 와서 지구를 지켜주시는 슈퍼맨은 스몰빌이라는 어린 시절 얘기까지 열심히 보고 있어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는 욕 먹은 2 편까지도 재미있게 봤고 말이죠.
오히려 우주 얘기의 팬이란 말입니다.
다만, 쟝르가 바뀌는게 정말 별로라는거죠. 특히!! 오컬트로 가던 영화가 SF 로 바뀌는게 가장 싫어요.
인디아나 존스가 3편까지 명작이었지만, 4편이 맘에 안들었던 것은 (심지어 감상도 안썼다 -_-) 뭔가 이 모든 것이 우주인이 해놓은 일이었다... 라고 하면 신비감이 없어져요. 물론, 이 모든 음모에는 우주인이 배경에 있어! 라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예를 들어 오컬트와 SF 가 본격적으로 믹스됐던 X-Files 의 팬들처럼요.
하지만 보통 이 두 쟝르를 섞으면 한 쪽의 신비감이 사라집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정말 감독이 의도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주인의 등장이 갑작스럽고 황당해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님은 극장안의 관객들 반응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우주선 등장하자마자 허탈해하는 신음 소리, 심지어 웃음 소리도 많이 났거든요. 저는 아무리 영화가 진지하다가 유치해져도 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라 웃지는 않았지만, 허탈한 마음은 정말 전 관객이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악평에 가깝게 결말을 욕하긴 했는데, 영화 자체는 사실 재미있게 봤어요. 허탈함이 너무 커서 1시간 30분 동안의 즐거움을 까먹을 정도이긴 했지만요.-_-;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영화를 보셨을테니 말릴 수도 없을거고, 또 안보셨다고 해도 말릴 만큼 재미 없지도 않으니까요.
어쩌면 결말이 좀 허무하다... 라는 정도는 미리 스포일러를 보고 각오하고 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같으면 그걸 알고 봤으면 끝까지 재미있게 봤을 것 같아요.
반대로 제 경우에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재난 영화다' 라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심지어 포스터 문구 조차)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질 때 진짜 신선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되 '끝이 좀 허무하다'를 알고 보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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