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나라 영화중에 이영화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영화가 있을까?
오랜시간 당하고 참고 억압되어왔던 감정이 분출되면서 이성을 잃어가는 봉연의 역을 맡은 이문식은 마치 나 자신이 미쳐가는 기분이 들게 할 정도다.
한석규 역시 마지막에 잠깐 등장해 보여주는 폭발적인 모습은 정말 최고다.
폭력으로 시작해 폭력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인간의 제1본능인 파괴본능을 극단적으로 표출해 보여준다.
성악교수인 명선과 그 여제자인 인정은 명선의 유혹에서 도망치지만 시골한복판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그녀는 그때 나타난 봉연(이문식)을 만나 도와달라고 한다. 순박하고 순진해보이는 봉연은 어디 잠시 들렸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고 어디론가 향한다.
한편 인정이 도망치고 혼자남은 명선은 산속에서 사는 부랑자처럼 보이는 오근(오달수)를 만난다. 겁을먹은 명선은 일단 차에숨는데 그순간 양아치처럼 보이는 원룡(신현탁)과 홍배(정경호)를 만난다.
위협을 느낀 명선은 도망치려고 하는데 차가 걸리고 원룡과 홍배는 명선에게 시비를 거는데 그 순간 인정과 봉연이 그 곳에 나타난다.
삼겹살 파티를 하기위해 모인 그들과 반강제로 초대된 명선과 인정 그리고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것 같은 마대자루, 그들 사이엔 겉으로보기엔 화기애애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생기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던 이영화는 내내 구타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단순히 인간의 폭력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인듯 하면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뭐랄까 쌓이고 쌓이다 못한 격한 감정과, 폭발하는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그 이면에 느껴지는 두려움 같은 것들이 보여진다.
수년간 문재(한석규)에게 괴롭힘들 당한 봉연은 문재의 동생 현재(김시후)를 괴롭히면서도 과거 문재가 자신에게 한 행동때문에 한편으론 두려웠을 것이다. 영화중간에 봉연은 현재를 감싸주는 모습이 나오는 걸로 봐서 문재역시도 봉연에게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봉연은 문재가 두렵기도 하면서 어쩌면 한편으론 고마워 했을지도 모른다. 병주고 약주는 그에게 길들여져 아무런 반항도 하지못하는 한마디로 그의 개가 된것처럼 말이다.
봉연의 모습에서 보여지듯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그 자유를 빼앗기면 얼마나 비참한지 알수있다.
폭력은 나쁜것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본능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이영화는 그저 나에게 쓴웃음만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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