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네... ★☆
한국 영화가 비약적 발전을 했다고는 해도, 어릴 적 경험 때문인지 한국 영화를 보러가려면 아직도 ‘혹시나’하는 의구심이 떠나질 않는다. 게다가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더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일종의 애국적 코드를 내세우는 영화에 대해선 오히려 의심만 더 깊어진다. 외화와 비교해서 말하자면, 분명 세계 어느 나라나 수준 이하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상영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외국영화의 대부분은 수입업자들에 의해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물론 한국 영화라고 다 개봉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작아 인맥 관계로 이리저리 얽혀있는 한국 영화계 현실을 감안하면 미개봉 영화들의 대부분은 작품 수준에 따른 결과는 아니라고 보인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마이 쎄시 걸> 같은 경우.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도 못한 채 DVD 시장으로 곧장 넘어간 영화다. 그럼에도 수입되어 한국 극장에 걸린 건 순전히 한국영화인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 영화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마린보이>는 ‘한국최초의 해양 액션 무비’를 내세우며 요란한 홍보전과 함께 눈길을 끌었다. 대체로 ‘한국 최초의 ~~~’ 또는 ‘한국 최고의 ~~~’를 내세우는 영화치고 그다지 괜찮은 영화를 보긴 힘들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린보이>는 <태풍> <강적>을 잇는 ‘소리만 요란한 빈깡통’ 계보의 영화다.
영화 초반부는 그럴싸하다. 뭔가 있을 것 같고, 대단한 작전이 세워지는 것 같다. 나름 때깔도 괜찮다. 생존율 0%의 작전이라니!!!!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천수(김강우)에게도 결코 쉽지 않을 듯한 작전 아닌가? 그런데 웬걸?? 두 차례 작전에 동원된 천수는 마치 ‘누워 식은 죽 먹기’처럼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작전에 성공한다. 작전 수행 과정에서의 긴장감이나 스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면 거의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말만 ‘해양 액션’ 어쩌구 하며 떠들어댔지, 실제 해양 액션은 일종의 맥거핀에 불과하다. 좋게 말해 맥거핀이지, 관객을 대상으로 한 낚시다.
그럼 해양 액션이 아니라면 다른 액션이라도 있는 것일까? 액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나, 참 빈약하다. 머리로 승부할 것처럼 온갖 폼 다잡더니 결국은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막무가내 싸움이다. 거기에 제작비 아끼려고 그랬는지 조용한 바닷가에서 총쏴대고 온갖 지랄을 다 떨었는데도 경찰은 마지막까지 코빼기도 비치질 않는다. 경찰이라도 나타나 화면을 좀 채워주길 바랬는데, 빈약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앙상하다.
액션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이라도 있는 것일까? 음... 멜로가 있을 수 있겠다. 멜로라인 엮느라 중반부는 상당히 늘어진다. 폴 매카트니에게도 좀 미안해지고. 그렇다고 멜로가 집중력 있고, 화끈한 것도 아니다. 둘이 왜 미치도록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 애매하고, 감시당하는 천수나 유리(박시연)가 자유를 만끽하며 연애를 한다는 것도 우습다. 게다가 15세 관람가라 그런지 영화 속 유리의 노출은 웬만한 시상식에서 박시연이 보여준 것보다 못하다. 그럼 강사장(조재현)과 유리의 관계는 납득할만한가?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건 유리의 아버지와 관련한 진실을 왜! 아무도! 유리에게 얘기해 주지 않는가이다. 그래야 영화가 되니깐?
물론 마린보이라는 소재 자체의 참신함은 있고, 전반적으로 배우들은 그럭저럭 자기 몫은 해내고 있으며, 약간의 코믹한 요소도 있다.(김반장 역의 이원종은 너무 안이한 캐스팅이다) 그러나 코믹한 요소는 시나리오나 연출이 의도한 건 아닌 것 같고, 김강우의 연기 스타일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듯한 느낌이다. 난 영화를 보다가 이 영화가 매우 진한 페이소스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힘은 강사장(조재현)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에 이 모든 계획이 김반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사장이 꾸민 작전이라면 어땠을까? 중반에 지루하다보니 별 상상을 다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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