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순해진 리메이크..★★☆
영화배우 예지원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물론 영화에서다. 수상을 축하할 겸 청혼하기 위해 네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예지원의 집으로 몰려든다. 넷 중 하나를 택하라는 요구에 당황해하는 예지원, 그리고 네 명에 덧붙여 예지원을 좋아하는 매니저 두찬(임원희)까지 다섯 명의 남자들이 예지원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해한다. 그런데 이렇게 모여든 남자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심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하나 둘 죽어 나간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바로 신고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안됐을텐데, 배우라는 직업상 일단 피해보려는 시도는 점입가경의 상황으로 몰린다. 여기에 몰래 잠입한 도둑과 도둑을 잡으려는 형사, 파티를 위해 집으로 몰려온 젊은이들의 존재는 나름 긴장감을 높이고, 어떻게 이 사태를 빠져 나갈 것인가 보는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1998년 프랑스 영화인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를 리메이크한 <죽어도 해피엔딩>은 예지원의 묘한 매력이 살아 숨쉬는 영화다. 예지원의 약간 섹시하면서도 무식하고 또 낙천적인 캐릭터는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으로서 손색이 없다. 물론, 임원희를 포함한 다양한 캐릭터의 남성 조연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된 듯 무리하지 않는다. 특히 영화에선 처음보는 것 같은 형사역의 장현성은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김으로서 긴장감 고조에 한 몫 단단히 한다.
분명히 <죽어도 해피엔딩>은 프랑스 잔혹 코믹 영화의 적절한 한국적 변형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다만, 보통 리메이크가 좀 더 강하게 변주되는 경향에 비춰보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한 원작보다 더 순해진 느낌이다. 원작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갈 때, 스케이트날에 머리가 찍히고, 그 스케이트 위에 볼링공이 떨어지면서 완전히 죽여버리는, 그런 식의 정말 잔혹한 장면이 리메이크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이건 어떤 이에게는 장점으로, 어떤 이에게는 단점으로 기능할 것이다. 리메이크로서의 기본은 했다지만, 원작인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에서 두 도둑이 주크 박스 속에서 들어가 있다가 The Platters의 <Only You>(기억이 맞다면)를 부르는 장면만큼 배꼽쥐게 웃기는 장면이 <죽어도 해피엔딩>엔 없다는 건 정말 아쉬운 지점이다.
![](http://www.movist.com/images/board/2008/11/9010_j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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