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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스토리보단 인물이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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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근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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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n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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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4 오전 11:3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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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여형사 천재인(김선아)은 중요사건의 증인인 조폭 부두목 차영재(김갑수)의 소재파악을 위해 그의 숨겨진 딸 차승희(남상미)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의 학생으로 위장잠입합니다. 학교에서 그녀는 죄충우돌 소동을 벌이며 결국 임무를 완수합니다. 사실 이정도 스토리만 가지고도 많은 분들이 앞을 다투어 수많은 영화들의 목록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처음 읽었을때 수많은 영화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먼저 이반 라이트만 감독, 아놀드 슈왈츠네거 주연의 [유치원에 간 사나이]가 생각났었습니다. 악랄한 마약업자를 잡기위해 마약업자의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선생으로 들어간 근육질의 액션 스타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악전고투가 꽤 재미있었던 이 영화는 [잠복근무]의 천재인의 임무와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그 다음에는 진가상 감독, 주성치 주연의 [도학위룡]이 생각나더군요. 학교가기를 끔찍히도 싫어하던 경찰 주성치가 도난당한 총을 찾기위해 학교에 잠입하는 이 영화는 주성치와 김선아의 캐릭터가 꽤 비슷합니다. 그 외에도 조폭이 학교에 가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두사부일체]와 학교생활에 대한 기사를 쓰기위해 고등학교에 잠입하는 여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25살의 키스] 등등... 제가 이렇게 수많은 영화들의 목록을 줄줄이 나열하는 이유는 [잠복근무]가 결코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코미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예기치못한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예상하지 못한 웃음인데 [잠복근무]는 처음부터 그러한 것들을 포기합니다. 그렇다면 [잠복근무]는 과연 무엇으로 관객들을 웃기려했던 걸까요? 그건 바로 우리나라 여배우중 코믹 연기에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김선아의 존재입니다. [잠복근무]는 처음부터 김선아의 코믹 연기에 기대어 관객을 웃기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러나 한가지 박광춘 감독이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있네요. [몽정기], [위대한 유산]등에서 코믹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던 김선아이지만 최근들어서 그녀의 코믹 연기는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S 다이어리]등의 실망스러운 흥행 스코어가 그것을 증명하며, [잠복근무]의 개봉 첫주 예매율이 스타 대신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개봉 2주차 코미디 영화 [마파도]에 뒤지고 있는 현 상황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이젠 스타급 배우의 존재만으로 영화가 흥행되던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우리 감독들도 깨달아야 할것입니다. 저는 [잠복근무]를 보며 너무 실망했었습니다. 제가 김선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에 들어설때만 하더라도 꽤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녀의 최근작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와 [S 다이어리]는 끔찍할만큼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뻔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였던 [몽정기]와 [위대한 유산]을 그토록 포복절도할 코미디로 만든 그녀의 역량을 생각한다면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와 [S 다이어리]는 아주 잠깐의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제 실망감은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 웃깁니다. 터프한 여형사가 느닷없이 고등학교의 학생으로 들어가 좌충우돌 소동을 피우는 모습은 꽤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김선아 정도의 배우라면 그따위 간간히 터지는 웃음은 너무 약합니다. 게다가 [잠복근무]는 김선아의 코믹 연기를 십분활용하여 관객에게 영화적인 재미를 안겨주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혔으니 기왕 대놓고 웃기려면 배가 아플 정도는 되어야죠.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러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디어의 부재입니다. 물론 그것은 이 영화가 처음부터 감수하기로 작정한 약점입니다. 그러나 그 약점은 예상외로 컸습니다. 김선아가 그 특유의 코믹 연기를 펼칠때조차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장면과 코믹 연기가 떠오르니 말입니다. 그 번듯한 외모에서 품어져 나오는 코믹한 연기는 [두사부일체]의 정준호가 떠올랐으며, 김선아 특유의 오버 연기는 [도학위룡]의 주성치가 떠올랐으니, 웃으려해도 마치 한번 본 영화를 재방송으로 다시 보는 느낌이 들어서 맘껏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정신없이 웃지 못하니 자꾸만 이성적으로 영화를 보게되고 그럴수록 영화의 약점이 점점 눈에 보이더군요. 특히 김선아의 코믹 연기가 이젠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몽정기], [위대한 유산]등 그녀의 성공한 코미디 영화들의 특징은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몽정기]에서의 김선아는 귀여운 교생 선생님 이미지를 이어나가며 그 속에서 웃음을 만들었고, [위대한 유산]에서는 어느정도의 오버 연기를 펼쳤지만 임창정의 탁월한 오버 연기에 가려져 오히려 안정적으로 보였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S 다이어리]에서 어처구니없는 오버를 하더니만 [잠복근무]에서는 아예 오버 연기만으로 관객을 웃기려 듭니다. 물론 그런 오버 연기는 잘만하면 엄청 웃길수는 있습니다.(주성치나 임창정처럼...) 그러나 조금만이라도 어색하면 유치해지기 쉽죠. 김선아의 외형적인 측면에서 그녀는 오버 연기보다는 [몽정기]에서처럼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가 휠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임창정처럼 전문 코미디 배우로 나갈 생각이 없다면 이쯤에서 김선아도 연기 변신을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을것 같네요. 김선아를 좋아하기에 처음부터 쓴소리를 했지만 [잠복근무]는 최근에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우리 코미디 영화중에서 그래도 중간이상은 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액션이라는 우리 영화로는 취약한 장르에서 어느정도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잠복근무]. 이 영화는 분명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김선아라는 코믹 연기에 절대적인 강자가 출연하는 바람에 코미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는 오히려 실망스러웠지만 액션만큼은 예상외로 좋았습니다. 특히 김선아의 그 날렵한 액션씬. 물론 그녀의 영화배우 데뷔작이 [예스터데이]라는 SF액션 영화이기는 하지만 워낙 영화가 재미없어서인지 별로 두드러진 활약을 못했던 김선아는 [잠복근무]를 통해 자신이 코믹 연기외에도 액션 연기에 능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증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잠복근무]의 또다른 발견은 바로 공유입니다. 솔직히 저는 공유라는 배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최악의 코미디 영화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오버 연기를 펼쳤던 그는 그러나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결코 튀지않는 연기로 가능성을 보여주더니만 [잠복근무]에서 확실히 스타로 떠오를만한 활약을 보여줍니다. 그의 서글서글한 외모에서 터져나오는 시원한 액션은 공유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듭니다. 자신을 모델로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서 김정화에 밀려 악역조연에 그쳤던 남상미는 오히려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 최악의 평가를 받으며 전화위복이 된 경우입니다. 주연이었던 김정화는 아직까지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지만, 조연이었던 남상미는 [그녀를 모르면 간첩]의 피해를 적게 받으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령]등을 거쳐 [잠복근무]에서 확실한 유망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잠복근무]를 보니 오버연기만 해대는 김선아에 비해 오히려 차분한 연기를 하는 남상미가 휠씬 눈에 띄더군요. 앞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잠복근무]는 많은 부분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썩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김선아의 판에 박은 듯한 코믹 연기는 이제 슬슬 지겨워졌고, 마지막에 가서는 갑자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도 불쾌했지만, 오랜만에 국내산 시원시원한 액션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김선아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선 역시 아쉬운 영화이지만 그녀의 역량을 충분히 알기에 다음 영화에선 충분히 제 기대를 채워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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