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The women'인 이 영화는 동명의 타이틀 1939년작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하지않았을 '여자들'의 심리와 그들의 생활등을 담아낸, 말 그대로 '여자영화'이다. 제목에서부터 느낄수 있겠지만, 묘하게도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이상한 점을 하나 느낄수 있다. 바로 '남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나마 영화끝 그 여인들중의 한명이 낳는 '아기'가 바로 남자라는 것을 보여줄 때뿐! 영화는 그녀의 남편이라든지 그외의 남자얘기는 오로지 '그녀들의 입'을 통한 얘기에서만 나온다. 이러한 구성도 참 독특했다. 감독 또한 여자라는 것을 알게되고, 영화스태프들까지 모두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연부터 엑스트라까지 모두가 여자였던 이 영화는 그야말로 '여성영화'였다.
무려 70년전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거라지만, 사실 '여자'라는 타이틀과 내용은 시대가 바뀌어도 어떻게든지 다룰수 있는 소재이다. 남,녀는 없어지지 않을거고, 다만 그들의 생활방식과 위상만 달라졌을 뿐이다. 원작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내 친구의 사생활'은 적어도 2000년대를 살고있는 중산층이상의 40~50대의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게 한다.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의 4명의 여성은 거의 그대로 멕 라이언, 아네트 베닝, 제이다 핀켓 스미스, 데브라 메싱의 역할로 판박이된듯한, 그럭저럭 부유하게 사는 중산층 여자, 일에서 성공하고픈 여자, 남자보다 여자가 좋은 여자, 가정에 충실한 여자로 업그레이드되어 보여진다. 어찌보면 이게 이젠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향인지 어느정도 사회에서 볼수있는 여성들의 4분할적 캐릭터성으로 굳어진듯 하다. 또한, 내용도 그녀들의 화려한 쇼핑생활과 섹스와 뒷담화, 남자얘기 등으로 거의 흡사한데, 이건 주인공이 그 나이대의 여자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겹칠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생각보다 흥미롭게 흘러간다. 국내제목을 '내 친구의 사생활'로 정하면서 이런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영화내용의 초반은 자기친구의 남편이 바람폈다는 내용을 우연히 알게되면서 그녀의 친구들과 당사자가 어떻게 해나갈까하는데 많은 초점을 맞춘다. '사생활'과 '루머', 그리고 '여자들의 우정'이라는 것이 한 곳에 모아지면서, 영화는 여자들의 문제와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인 위치의 문제까지 확대해간다. 예전에는 어떻게 이러고 못 지냈을까할 정도로, 여자들의 위상이 높아진 현대사회에서의 그녀들의 당당한 역할모델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꽤 나이가 들어버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었던 멕 라이언이 그 나이대에 맞는듯한, 또한 실제로 이혼을 경험한 바 있어서인지 꽤 영화속 역할과 어울리는 역할을 해냈고, 그 외에 아네트 베닝도 당당한 커리어 우먼을 연기, 에바 멘데스, 캔디스 버겐, 캐리 피셔, 간만에 베트 미들러까지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여배우들의 등장 또한 영화제목과 독특하게 잘 맞은 영화다.
영화속 내용도 재밌었지만, 괜찮은 대사들도 꽤 많았다. "나를 찾으려면, 좀 더 나만을 생각해야된다, 좀 더 이기적이 되야한다"고 그녀의 정체성과 자립성을 찾길 바라는 친구의 조언, "작은 루머가 한 사람의 경력을 망칠수도 있다."는 요즘 우리사회를 반영하는듯한 대사도 괜찮았다. 어찌보면 남자들의 우정보다도 여자들의 우정 이상의 그 뭔가 끈끈한 정(情)도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남자만 고생하고 일하는 사회가 더 이상 아닌만큼, 여성들의 입지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자도 일하고 가사를 돌보고 게다가 영화속처럼 애기까지 낳는 신성한 의무까지 다해야하니 여자 혹은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새삼 다시 느끼게 한다.
남자들의 위상이 점점 더 위축되고 기러기 아빠까지 생기는 마당에 남자들의 어깨를 펴줄수 있는 영화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회에서 치이고 가정에서도 치이는 남자들의 고달픔과 애환, 그리고 그들의 밝은 미래까지 비춰주는 그런 영화가 나온다면 이 영화 또한 괜찮지않을까?하는 생각이다.
'The women'이 아닌 'The men'이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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