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어설프다.. 삼류싸구려 비디오용 공포영화같은 느낌.. 제목만 봐도 뻔하지않은가.. 화성에 나타난 유령이 공포를 자아낼 것이 말이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느껴지는 음울함이나 가려져있는 초자연적인 신비감은 애초부터 없어보인다..
그러나 제작진을 훑어보니, 아니 영어 제목에서부터 눈에 띄는 이름이 보인다.. 바로 존카펜터의 영화다라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영화에 본인의 이름을 내건다.. '슬레이어' 때도 그랬고 'LA2013' 때도 제목 앞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그는 이제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할로윈'을 발표하고 호러영화의 대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자질을 발휘한 이후로 그는 계속 공포영화들만을 고집해왔다.. 그리고 그 화려한 편집기교와 스피디한 스토리전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공포감은 그의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버려서 그는 공포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 영화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 느꼈던 얕잡아봄을 얼마간 배제한 뒤 영화를 보았다..
때는 서기 2176년.. 바야흐로 지구는 이제 사람 살기 적당하지 않은 곳으로 쇄락했고.. 사람들은 우주로 눈을 돌려서 주거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때였다.. 화성에 있는 악명높은 연쇄살인범 윌리엄을 이송하기 위해 헬레나를 팀장으로 둔 경찰팀이 파견된다.. 호송열차를 타고 도착한 그들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거리는 쥐죽은 듯이 고요하고 사람들이 전멸한 듯한 가운데.. 그나마 발견되는 사람들은 이미 목잘린 시체가 되어 꼬챙이에 꿰어져있다.. 의문은 풀리지않고.. 대장이 제거되고.. 발견된 생존자들이 점점 미쳐가고.. 대원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면서..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는 밀려오고.. 하나둘씩 나타나는 적의 정체는 신비롭고 강력하기만 하다..
영화는 예의 그 빠른 이야기 전개와 독특한 화면편집으로 인해 긴장감은 고조되고 신경이 팽팽해지는 흥분까지 느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다 영화 외적인 겉치례일 뿐.. 솔직히 말해 감독은 점점 퇴보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영화들을 답습하고 장면들을 차용하고.. 특수효과만 조금 발전했을 뿐 새로울 것이 없었다.. 화성이라는 황폐한 우주의 행성을 배경으로 삼은 것은 'LA2013'과 비슷하고.. 숙주를 찾아 옮겨다니며 숙주를 변화시키는 기생생물체는 '괴물'의 컨셉을.. 공동의 적이 생김으로 인해 범죄자와 체포자가 한 편을 맺게 되는 등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슬레이어'를 닮아 있었다.. 그렇기에 분명 감독의 특유한 스타일이 묻어나오기는 했는데.. 신선한 감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물론 스릴있고.. 긴장하고.. 무서운 한편 통쾌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왠지 반복하고 있는 듯 해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던 것이 아쉽다.. 아마도 감독이 너무나 고정된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기 때문에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나마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로운 여전사의 탄생이다.. 흑인배우로는 전무후무한 팜므파탈의 대표주자였던 팸그리어를 초반에 잠깐 등장시켜서 향수를 불러일으켜주고.. 그녀의 허무한 죽음으로 인해.. 새 여전사인 나스타샤 핸스트리지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모델출신이기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며 경찰복 특유의 스판 재질도 무난히 소화해내고.. 게다가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겸비하고 있기에 그녀는 더욱 인상깊게 남는다.. 데뷔작인 '스피시즈'에서는 어딘가 어설프고 맹해 보이더니만.. (그래서 금발미녀는 멍청하다는 이미지만을 한층 더 심어줬었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멜라니를 완벽하게 이해해내고 스크린에 재탄생해놓았다.. 그렇기에 당차게 여러 사람들을 이끌면서 팀을 지휘하는 멋진 모습을 감상하느라 그나마 영화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도 앞으로의 연기 활동이 자뭇 기대된다..
향상된 기술로 특수효과의 질을 더욱 높이고.. 잔인하고 엽기적인 장면들도 대거로 삽입하여 충격의 강도도 높여주었지만.. 왠지 자신의 전작들을 이거저거 짜집고 편집하여 재조합시킨 듯한 반복에 약간은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공포영화의 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면서.. 이만 총총..
(총 0명 참여)
jhee65
공포영화의 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면서..
2010-08-15
22:49
1
화성의 유령들(2001, Ghosts Of Mars)
제작사 : Screen Gems, Storm King Production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