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무뚝뚝한 남편과의 애정없는 결혼.평범한 시골아낙 순이는 이 숨이 콱콱 막히는 상황에서도 70년대라는 어쩔 수 없는 시대상에 순종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힘겨운 나날에 떨어진 날벼락같은 소식.무뚝뚝한 남편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월남전에 참여한 것.그리고 남편 찾아 전쟁의 포화가 그치지 않는 머나먼 타지 한가운데로 뛰어든 순이.
요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일편단심의 순이는 정말 열녀문이라도 사사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남편 찾아 사지까지 따라간 점,남편을 찾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락아닌 타락의 길로 접어드는 경악스러운 순이의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열녀.그 자체였습니다.허나 순수한 일편단심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당시의 시대상황에 벗어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녀야 했던 한국여성의 비극적인 모습이 순이에 의해 그대로 비춰졌습니다.어쩌면 순이가 사지의 한복판까지 가서 찾고자 했던 것은 남편이 아니라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사상의 한 부분일지도 몰랐습니다.
초반의 지리멸렬한 유교사상만 지나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감상했습니다.환골탈태하는 순이를 연기하는 수애의 빼어난 연기와 구슬픈 노래가락에 흠뻑 빠지고 정진영씨의 구제불능의 악당연기에 흠뻑빠지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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