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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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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6 오후 1:1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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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에단 코엔 형제의 10번째 작품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The man who wasn’t there)>(2001)가 이제 막 개봉했다. 이 작품은 2001 칸 영화제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함께 공동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코엔 형제들에겐 <바톤 핑크>, <파고>에 이은 세 번째 감독상 수상으로 코엔 형제에겐 칸 역사상 최다 감독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겨다 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조엘, 에단 코엔 형제의 명성이나 작품에 대한 칸의 보증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초라하게 단관 개봉을 한단다. 뭐 별볼일 없는 영화들에도 적어도 서너 개의 개봉관에서 개봉을 해서 나름대로 그런 류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매니아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에 비해 이 영화의 단관 개봉은 씁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는 느낌이다. 영화의 질적 완성도나 연출의 독특함 등 모든 면에서 코엔 형제의 명성에 절대로 누가 될 영화가 아니라는 괜찮은 작품이다라는 생각에 더더욱…. 시놉시스 1949년,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마을. 이발사인 에드(빌리 밥 손튼)는 처남 소유의 이발소에서 일을 하는 이발사지만 스스로는 이발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렇지만 이발 이외엔 특별히 기술이 없는 전형적인 이발사이다. 그는 느리고 말이 많은 것을 싫어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표현하지 않는 자신의 인생을 방관적인 자세로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단조로운 생활에 염증이 날대로 염증이 나 있을 즈음 그는 아내 도리스(프랜시스 맥도먼드)가 그녀의 상사 빅 데이브와 외도를 하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는 짐짓 모른척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그래서 너무도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도 수다스러운 처남과 또 손님의 분위기를 맞춰주기엔 에드는 너무도 과묵하여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도 고역스럽다. 어느 날 그에게 무료하고 재미없는 그의 일상을 탈출 할 기회(?)가 온다. 뜨내기 손님 하나가 은연중에 흘린 `드라이 크리닝'이라는 새로운 사업에 관한 정보다. 사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돈을 투자할 동업자를 찾고 있다는 그의 말에 그는 솔깃해 하고 돈 만들기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하는데, 그 작업이라는 것이 아내와 외도하는 빅 데이브에 협박편지를 보내어 그에게서 돈을 받아내려는 작전. 그의 협박작전은 성공을 한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투자한 1만 달러는 사기를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협박 범이 에드 임을 안 빅 데이브는 그를 불러 에드와의 한바탕 몸싸움(?)을 벌이는데… 그 와중에 우연히 빅 데이브를 죽인 에드, 하지만 경찰은 도리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녀가 체포된다. 사건의 진상은 미궁으로 빠져가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져서 에드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는데….
조엘, 에단 코엔의 독특한 연출방법 코엔 형제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독특하다’ 내지는 ‘기발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특수 효과가 사용되는 것도, 뛰어난 카메라 워크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발하게 세련된 화면을 연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영화를 볼 때 마다 난 ‘세련되다’, ‘기발하다’, ‘독특하다’ 그리고 ‘복고적이다’ 라는 느낌을 가진다. 그렇담 과연 그들의 영화가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가 ? 코엔 형제는 각본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형인 조엘이 감독을, 동생인 에단이 제작을 맡는 독특한 작업 스타일을 가진다. 그들의 전작들, <분노의 저격자>, <아리조나 유괴사건>,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 <파고>, <허드서커 대리인>, <위대한 레보스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 그리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내놓는 작품들은 장르가 다양하고 비슷한 내용이 나 소재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인데 그들의 작품엔 무언가 일관적으로 흐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외성’ 이다. 그들이 내놓는 작품의 이야기는 기존의 상상력을 완전히 뒤엎는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어떠한 의도와 목적으로 사건을 진행하지만 그 진행은 주인공이 의도하였던 방향으로 가는 적이 한번도 없다. 하지만 표류하듯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줄거리는 종국에 가서는 결국 마무리가 확실히 지어짐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영화는 장르가 다르지만 어쩐지 어눌한 캐릭터가 극을 주도하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하지만 그 어눌함은 늘 교활함을 이긴다. 그리고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 그 사람이 주인공이건 아니건 말이다. 코엔 형제의 영화 속의 특별하지만 일상적인 주인공들, 교묘한 상황들에 처하는 그들, 실제론 비극적이고 슬프지만 속으로 들여다보면 외도나 비리가 숨어있는 상황. 현실적이지만 씁쓸한 유머 또는 비극 속에서 그들의 조소를 느낀다.
의외의 전개로 관객의 허를 찌르고, 의외의 반전으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코엔 형제의 영화엔 분명 힘이 있었다.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줄거리의 힘이, 연출의 힘이, 그리고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들만의 배우들이 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는 그런 코엔형제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영화다.
오랜만에 만나는 흑백 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더욱 세련된 느낌의 영화로 느껴지게 하는 건 독특한 흑백영상에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40년대의 복고적 분위기나, 지루한 일상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에드의 생활 그리고 비극적인 상황을 무척이나 담담하고 무덤덤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흑백의 영상이었고 그것은 가장 효과적인 특수(?)효과였으리라… 하지만 이 영화는 실제로는 컬러 필름으로 촬영을 한 후 흑백으로 현상을 하는 독특한 방법을 취하였다 한다. 처음부터 흑백을 염두에 촬영을 하였지만 흑백의 필름에서 느낄 수 없는 색감을 원했기에 우선은 컬러로 촬영을 하고 모노톤으로 하는 현상을 통해 컬러 분위기가 나는 흑백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한 것이다. 그러니깐 영화 속 흑백 화면은 실제론 흑백이 아니라 모노톤의 영상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노톤의 영상은 1940년대의 분위기와 영화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고 배우들의 건조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멋진 캐스팅 이 영화의 타이틀 롤, 에드 역의 빌리 밥 손튼은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주연이었다.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 모든 것이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역할은 이 영화에서 절대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리고 빌리 밥 손튼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모든 일상을 초월하여 어떠한 것에도 감동이나 감격할 것 같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의 그, 겉으로의 그는 성실하고 아내에 충실한 그런 생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일과 아내, 어느 쪽에도 애정이 없는, 그런 속마음을 철저히 무표정 속에 감추고 그래서 말수가 적어져 버린 것 같은 불쌍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속물적이고 조금은 과장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른 한 편의 현대적 인간군상과는 반대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보면 볼수록 씁쓸하게만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느 영화에서 보다 매력적이었다. 빌리 밥 손튼이 저렇게 핸섬한 남자였는가 ?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가 너무 완벽했기에 그의 모습이 멋지게(?)까지 보였다. 그의 부인 도리스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변신도 이체롭다. 그녀는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섹시(?)한 모습으로 이 영화에 등장한다. 여지까지 난 그녀가 그다지 이쁘지 않은 외모라고 생각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고전적 아름다움과 섹시함 그리고 그녀만의 매력을 동시에 관객에게 보여준다. 아마도 흑백으로 연출된 화면과 금발인 듯 보이는 웨이브 진 그녀의 머리칼이 그런 느낌을 연출하는 듯했다. 또한 극중 세상의 사람들, 남편을 포함한 그녀의 보스,를 이용할 줄 아는 속물근성이 다분한 아내의 역할을 보여주기엔 그녀의 외모상의 변신이 눈부시고, 그에 따른 그녀의 멋진 연기 또한 합격점이다. 그외의 고전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른 배역들, 빅 데이브, 드라이 크리닝 사업을 제안하는 사기꾼 등,의 모습들은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조연들이라 이야기 하기 충분했다.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의 에드를 통해 그려낸 무미건조한 일상은 일반인들이 갇혀버리는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답답한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과 닮아있다. 정상적이지만 뭔가 비틀어져 있는 삶들이기에 그 감옥은 답답하고 그곳을 빠져 나오려고 한번쯤 안간힘을 써보기도 하지만 그 틀은 너무도 견고해서 그 안간힘 때문에 그 사람을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게만 한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나 올 때 즈음, 사람들은 일상을 벗어나려는 안간힘은 개인의 불행만을 가져올 뿐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본분만을 지키고 더 이상의 외도는 옳지 않다고 가르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옳지 않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일탈을 하지 말라고 말할 뿐이다. 그들이 했던 나쁜 일들, 외도를 하는 아내, 남자, 아내와 외도하는 남자에게 협박을 하는 사내, 소시민의 삶에 묘한 희망을 주며 접근하는 사기꾼 등등,이들은 모두 부질없는 방법이며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교훈한다. 그런 식으로 일탈하기 보다는 꿈을 꾸어 자신의 삶에 기름칠을 하라고 하는 듯하다. 코엔이 줄거리 속에 숨겨놓은 UFO의 모습은 그들이 탈출하고, 탈출 할 수 있는 곳은 상상, 꿈 등의 현실이 아닌 곳인 것같아 좀 씁쓸하긴 하지만…
코엔의 장난스럽고, 기발하고, 독특한 영화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는 잘 만든 영화임에 분명하다. 꽉 짜여진 줄거리,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연출방법 그리고 멋들어진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수작이다. 이런 영화가 많은 극장을 잡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코엔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임에 분명하다. 또한 흑백영화의 향수를 지닌 사람들에게도…
무비걸 www.on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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