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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화성의 유령들] 존 카펜터식 SF, 호러 스릴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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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유령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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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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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29 오전 10:28:22 |
8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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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오랜 기간 보게 되면 나름대로의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생기게 된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액션이니, 코미디니, 드라마 라고 칭하는 영화의 장르가 되기도, 영화 속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갖고 있는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되기도 한다. 나의 영화 선택의 기준을 들라면 첫째가 감독이요, 둘째가 장르이고, 셋째가 배우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난 무엇보다도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중요시 하고 그 감독의 영화는 내가 싫어하는 장르이건, 싫어하던 배우가 출연하던 인지도가 떨어지는 배우가 출연하던 상관없이 그 영화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보아왔다. 그리고 대부분 만족을 했었다.
내가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화성의 유령들(Ghosts of Mars)>라는 영화이다. 제목도 이상하고 유명배우 한 명 출연하지 않는 이 영화의 연출은 존 카펜터라는 감독이 맡고 있다. 나는 존 카펜터라는 감독의 작품을 그다지 많이 보아오진 않았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영화에 대한, 장르에 대한 고집이 대단하다는 그의 소문은 익히 많이 들어온 터였다. 그는 소위 말하는 B급 영화의 대부라 일컬어진다. 그의 작품엔 유명한 배우들이나 제작비가 많이 소요된 세트가 나오거나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첨가된 화려한 화면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는 저 예산의 작품들만 만든다. 그리고 그는 주로 SF 영화를 선호하지만 그의 영화들 속엔 공포영화의 분위기가 풍긴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유령에 쓰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다른 영화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낯설고 명확하지 않은 존재들의 집단행동에 집착하고 주목한다. 참 요상한 분위기의 영화스타일을 즐기는 감독이다. 어째 주류보다는 비 주류를 고집하는 그의 모습은 고집스런 컬트 영화감독이라는 느낌까지도 든다.
시놉시스. 서기 2176년 지구, 자원 고갈과 인구 과잉으로 인간은 우주의 개척을 시도 화성을 식민지화하는데 성공한다.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에 지구의 식민지가 된 화성은 이제 6만4천여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 화성의 광산 구역에 악명 높은 범죄자 윌리암을 샤이닝 케논 구역으로 이송하라는 임무가 화성 경찰대에게 하달되고 그들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광산구역에 도착하게 된다. 그들이 도착한 광산 구역은 어째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황량하다. 그리고 수색에 나선 팀들은 더욱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영화를 가만히 들여다 보게 되면 굉장히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든다. 화성의 유령들을 피해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멜라니의 모습에서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를 느낀다. 그녀를 끝까지 보좌하고 치근덕대는 제리코의 모습에선, 물론 질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에이리언 2의 마이클 빈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적들은 에이리언이 아닌 화성에 기반을 둔 유령이 들린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유령이라는 것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동을 한다. 바람을 타고.. 유령이 이동을 한다는 건 덴젤 워싱턴 주연의 다크 엔젤을 연상 시킨다. 실제로 유령의 눈으로 비추어진 사람들의 모습이나 유령이 들린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들이 어째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유령에 들린 사람들은 집단으로 움직인다. 얼굴 모습 또한 인간의 모습과는 좀 벗어나 있다.어째 좀비 영화 속의 좀비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에이리언 영화 속의 괴물, 에이리언 같다는 느낌이다. 겉모습은 사람과 비슷하지만 사람의 느낌이 전혀 나질 않는 사람의 탈을 쓴 괴물 같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영화는 기존의 많은 영화를 짬뽕한 느낌이다. 2176년의 미래, 더구나 화성이 배경이니 SF는 기본, 거기에 유령들린 집단인간들의 반란은 공포적인 분위기와 함께 좀비 영화를 연상하게 하고 중간중간에 바람을 타고 떠도는 유령을 보면 심령 스릴러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영화는 자기만의 색깔을 잃고 모방(?)연출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이 감독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존 카펜터의 예전 작품을 한번이라도 보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소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SF에 호러 그리고 스릴러를 한꺼번에 짬뽕하는 것을 즐기고 그것도 특별한 특수 효과없이 유치한 SF물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의 전작 <할로윈>, <LA 2013>, <슬레이어> 같은 영화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공포에 집착하고 SF 호러에 집착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의 색깔이 살아있는 영화는 아무리 유치해도, 그 영화를 보면서 다른 영화가 떠오르더라도 그 나름의 독특함을 유지한다. 영화 <화성의 유령들>이 바로 그러했다. 분명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 편의 영화가 생각났고, SF영화라 생각하긴 너무 유치한 세트에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여자를 꼬시려는 유치한 남성의 캐릭터 그리고 어쩐지 어설퍼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이 영화 속의 모든 것들은 도무지 매력이라곤 없어 보인다. 그런데 존 카펜터는 이런 매력 없는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 듯 보인다. 유치한 인물들이나 스토리 인데도 나름대로의 인물들에서 힘이 느껴진다. 에이리언 속의 시고니 위버처럼 강인한 인상은 아니지만 이 영화 속에서 멜라니로 분한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여지껏 그녀에게서 느꼈던 이쁘기만 한 여배우라는 느낌을 훌훌 털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화성 경찰대의 캡틴 역의 팸 그리어나 클레어 듀발등 꾀나 개성이 강한 여성들이 포진하며 영화는 어쩐지 패미니즘적 성향을 띄는 건 아닌가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여성들의 인상은 강하다. 이제껏 보아왔던 존 카펜터가 그리는 여성의 이미지가 강인하긴 하였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영화는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여성대원들의 활약은 이 영화 속에서 남성 못지 않다. 물론 멜라니를 제외하고 다들 죽어버리는 점이 좀 아쉽긴 하다. 하긴 이것이 감독이 성향, 주연급이건 중요인물이건 그는 죽여야 한다고 생각되면 바로 죽여버린다, 이니 어쩔 수 없다. 멜라니와 투 톱을 이끄는 아이스 큐브의 모습도 꽤나 믿음직스럽다. 윌리암으로 분하는 아이스 큐브는 멜라니가 수송의 임무를 맡은 범죄자다. 하지만 화성에서의 상황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일이 진행되어가는 도중 그녀는 그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고 교감하게 된다. 결국 그에게서 느낀 인간적인 면모로 멜라니와 고락을 함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감독은 이 영화를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그리려기 보단 멜라니와 윌리암을 중심으로 한 버디무비의 형식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용에서 영화가 독특했다면 영화는 구성에서도 독특함을 가진다. 영화는 처음 멜라니가 기차에서 정신을 잃고 발견된 후 그녀에게 대원들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였는가에 대한 심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좀더 복잡한 구조를 띄게 된다. 그들이 탐사를 나간 화성에서 두 개의 조가 분리가 되어 탐사를 하게 되면 당연히 한팀의 모습밖에는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이 부분에 굉장한 기지를 보여준다. 멜라니가 기술하는 과정에서 팀이 분리가 되면 그녀가 소속되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다른 팀이 그들이 합류되면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식으로 그들이 헤어졌을 그 시점부터 다른 상황이 보여지며 이러한 연출은 화성을 탐사하는 경찰대에서 여러 번 나타나게 되고 관객은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다른 영화에서도 이런 연출은 종종 보여지기는 하였지만 이런 류의 SF 호러물에선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기법이라 굉장히 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욱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참혹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이 기술하는 액션. 이 영화의 볼거리 중에 하나는 유령들린 인간들과 한바탕 격전을 벌이는 액션씬에 있다. 처음엔 그들이 화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것이 무엇인가를 추리하는 것에 이목을 집중하게끔 하더니 중반 이후 유령들과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난투극에 가까운 액션 씬을 보인다. 자신들의 행성을 지키려는 유령들린 인간들과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경찰대와의 싸움은 예전 인디언 영화에서 보았던 것 같이 야만적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이 그러하고 그런 무기들에 희생되는 인간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정하리 만큼 참옥하다. 그런데 분명히 너무도 참옥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을 감독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러한 장면에 관객까지도 무 덤덤해지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감독이 그 장면을 참옥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지가 절단이 되는 참옥한 장면에서도 피가 남발되지 않고 그러한 모습들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려 참옥하다는 느낌을 가지기도 전에 바로 다음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미루어 감독 역시 관객이 참옥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기보단 혼란스러운 액션에 재미를 느끼도록 의도적으로 연출 했다는 느낌이다. 달리 말하면 그는 잔인한 액션을 연출하려고 하기보단 건조한 액션을 통해 그 액션장면의 재미를 추구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잔인하지만 혼란스러워서 그 잔인함의 여운이 오래가지 않는 액션을, 어지럽지만 재미있는 액션을 말이다.
여하튼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감독의 의지가 다분한 그만의 스타일이 가득한 영화이다. 혹자는 이 영화가 3류니 재미가 없느니 뭐 이런 영화가 있느니 하는 사람도 많을 법한 내용과 스타일의 영화이다. 하지만 내가 봐도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한 그런 영화인데 난 이 영화가 신선했다. 그래서 재미를 느꼈고 그래서 이 영화를 즐겼던 것 같다. 뭐 사람들마다 영화를 보는 기준이 다르듯 이 영화에 대한 평가도 다 각각이고 아마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다.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를 만들면 언젠가는 통할 것 같다는…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그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유치함 속에서도 신선함을 느꼈다. 그래서 재미나게 영화를 보았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고,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취향에 맡기고 싶다. 그만큼 독특한 취향의 영화이므로…
무비걸. www.on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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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유령들(2001, Ghosts Of Mars)
제작사 : Screen Gems, Storm King Production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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