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많거나 대략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영화 <주홍글씨>. 변혁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영화 <주홍글씨>를 통해서 죄와 벌 혹은 욕망과 그 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 자신은 나름의 만족감을 얻었을런지 몰라도 그런 의도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리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맞이한 최후의 단죄만큼이나 영화를 파국으로 몰고간 다름 아닌 '모호함'이다. 거기에는 김영하의 <사진관 살인사건> <바람이 분다> <거울에 대한 명상>, 이 세 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의 주제나, 네러티브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정체성의 혼란함을 드러낸 캐릭터가 포함이 될 수도 있고, 어찌 본다면 모두가 그렇다. <주홍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나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자주 등장한 교차편집과 플래시백이 네러티브와의 호흡이 어긋난 채 그 역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 모호함 때문이다. 또한 이야기의 핵심이자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이 영화의 엔딩이(트렁크 시퀀스) 비록 감독의 욕심으로 인해 관객들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풍경을 펼쳐지게 만들었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관객들의 비웃음과 함께 자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이 영화의 길을 잃게 만든 그런 모호함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혁 감독은 데뷔작 <인터뷰> 때도 관객의 감성과 시선을 한 발자국 더 앞질러 갔고, 이번에는 그 보폭이 좀 더 넓어졌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주류라는 영역 속에서 작가주의 노선을 가고 싶어 하는 변혁 감독의 세계는 퇴보이거나 제자리 혹은 진행형이며, 관객의 감성을 아우르는데에는 또다시 실패한 듯 보인다. 허나 자신이 지닌 재능을 다듬어서 온전하게 펼쳐내지 못한 변혁 감독이 비록 아쉬움과 부족함, 과잉을 드러냈다고는 하더라도 <주홍글씨>란 영화는 그 시기가 문제가 될 뿐 머지 않아서 일관되게 보여온 그의 영화적 스펙트럼이 만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그리고 보는내내 아쉬움의 한숨을 토로한 나로서는 그 때를, 그의 귀환을 변함없는 애정의 시선을 품은 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뤼미에르의 영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