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음식은 다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화'자가 들어가는 것은 다 좋아한다.
영화, 만화, 회화 등등 (그 외 그림 화자가 들어가는 게 또 있던가?)
인터넷 만화는 가볍고 쓱쓱 스크롤 내리면서 보기 편해서
시간을 보내긴 해야하는데 뭔가 열중은 안될 때 열심히 봤다.
요즘엔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골방환상곡이나 펫다이어리, 러브 스토리 정글고 등을
탐독하고 있지만, 초반부에는 다음에서 연재하는 강풀만화에 열혈 팬이었다.
순정만화, 아파트, 광주항쟁을 다뤘던 만화까지 빼놓지 않고 봤지만,
그 중 정말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봤던 건 바보 였던 것 같다.
다행히 집에서 봤던지라 우는 나를 보고 뭐라 할 사람은 없었지만
기분이 참 묘했다. 인터넷 만화가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는거.
이 즈음부터였던 거 같다. 인터넷 만화를 얕보지 않게 된건.
워낙 공포물은 안좋아하는 지라 강풀 원작 아파트를 보지 않았지만
원작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는 본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해서
이번 영화 바보도 많이 우려했다. 개봉도 너무 늦어졌고, 게다가 요즘
한국영화계의 사정도 안좋다하니, 어설퍼서는 영화가 묻힐 것 같았다.
수많은 네티즌이 보았다는 건 영화에 대해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증거이자, 그 만큼의 부담이 더해질 것이다.
영화를 보면 느껴진다. 그 부담감이 말이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원작에서 조금은 더 나아지기 위해
감독은 노력한 듯 보인다. 무조건 원작의 이야기에만 의존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첨가했다. 그래서 만화와는 또다른 맛이 생기긴 했다.
그러나
부담감이 좀 심했나보다. 배우 차태현에게도 그 부담감이 보여진다.
더 잘하려고, 더 승룡이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그 동안의 자신의 부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그가 안쓰럽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생각만 들더라.
상수역의 박휘순의 연기도 뭔가 좀 아까웠다. 그의 연기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재능이 소비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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