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염훙잉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비'는 전신 거울 앞에서 혼자 내뱉는 한 마디. 그게 위에 적힌 대사다. 아비,
우리는 노신(魯迅)의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을 알고 있다. 신해혁명(辛亥革命)을 전후한 농촌을 배경으로,
이름 석자도 명확하지 않아 그저 '아Q'라고 불러야 하는 한 날품팔이 농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혁
명당원을 자처했으나 나중엔 도둑으로 몰려 허무하게 죽어가는 아Q의 생애와 혁명 앞에서도 끄떡없는 권력을 지
닌 지주 조가(趙家)를 서로 대조함으로써 혁명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 왕가위 감독은 '정전'이라 이름 붙인 또 하
나의 예술 작품을 통해 60년대의 홍콩 젊은이 아비의 허무한 죽음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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