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ST

마냥 재미만 있는 영화

재밌는 영화

themovier

2002-04-12 오후 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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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요일에 시네하우스에서 한 '재밌는 영화'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정

말 사람 무진장 많더군요. 이 극장은 메가박스 계열 극장입니다만 이젠

완전히 시사회 전문극장으로 자리를 잡은듯...

영화 '재밌는 영화'는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패러디 영화입니다. 출연진

도 코메디에 일가견이 있다는 배우들과 전작이 화제작이라는 명성을 등

에 업고 캐스팅된 배우들이 포진해 있고 패러디 대상도 순 우리나라 영

화만으로 한정시켰으며 제작비도 꽤 들여서 나름대로 주목을 끈 영화

죠...거기에 최고 권력자 '강우석'감독의 지령에 상영관도 상당수 확보

해 상반기 최고 흥행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끌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웃긴다'입니다. 아무래도 패러디에

대한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삐걱대는 영화를 만들줄 알

았거든요...그리고 우리영화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라 그런지

좀 더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 맞는 영화같습니다. 요근래 흥행했던 '무

서운 영화'시리즈 같은 경우는 예고편보고 기대만 잔뜩했다가 그게 전부

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을 많이했었는데...'재밌는 영화'는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영화와 친숙한 유머를 사용해 꽤 인기를 끌 것 같다는 생각

이 들더군요. 몇몇 장면은 정말 정말 정말 웃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은 패러디의 기본 요소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원작을 비꼼으로써 사회나 제도, 기타 부분을 비판하는 블랙코메디

인데, 그런 요소는 눈에 띄지 않고 지나치게 흥행을 염두해놓고 가벼운

웃음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맥락인데, 패러디를 꼭 필요한 부

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쓴 패러디가 간간

히 눈에 띄어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어색하게 끊어놓습니다....(극의 흐

름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지만 갑자기 영화의 배경이 바뀐다든지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을 지적한 것입니다. 극

의 흐름은 어리버리한 헐리우드의 패러디 영화보다는 훨씬 매끄럽습니

다.)

웃음을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주지 못하고 '이래도 안 웃을래'하는 우

리나라 코메디의 고질적인 '억지 웃음'병도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배우

들도 원작과는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종종 오버액션

을 하고요. 특히 '서태화'씨의 연기는 지나치게 오버액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첫 시도되는 패러디 영화인 '재밌는 영화'...첫 시도인 만

큼 부담이 커서인지 멋진 블랙코메디로 만들진 못했습니다. 그냥 아무생

각 없이 가볍게 보기는 제목 그대로 참 재미있는 영화지만.

하지만 우리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영화를 발판으로 참된 패러디 영화가 탄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