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개봉한 영화중 이보다 더 독특하고 기발하게 유쾌한 영화가 또 있을까. 블랙코미디가 넘치지만 유치하지 않고, 피가 난무 하지만 잔인하지 않고,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진지하지 않다. 모든 것들이 유쾌한 웃음으로 통한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들과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난무하여 어쩌면 상당히 산만해질 수 있지만 '예지원'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모두 정리되는 그런 영화다.
그래 이런 코미디를 원했던 것이야!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된 예지원(예지원). 다음날 상을 받으로 독일로 가야하는 그녀에게 그녀의 연인들이 축하해주러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무려 네명!. 그들은 모두 그 집에서 대면하게 되고 서로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그 앞에서 고민하는 예지원. 선택을 못하고 있다가 우연치 않은 사고로 한명이 죽는다. 안그래도 예지원네 건물에 도둑이 든다며 들락하는 형사도 거슬리는데 사람이 죽다니...
영화의 주연인 예지원은 이 영화의 구심점으로 모든 상황의 중심이 된다. 그러므로 그녀의 존재감은 영화에선 절대적이다. 그녀를 뒷받침하는 것이 그녀의 연인들이다. 조직 간부, 대학교 강사, 영화 감독, 교포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무장한 이들이 그녀를 받쳐주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들이 한명한명 죽으면 시체로써도 열연(?)을 보여준다. 스릴러 냄새를 풍기는 코미디인 이 영화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기발한 상황을 이어가면서 상황적 코미디와 적시적소의 블랙코미디로 웃음을 유발한다.
상황도 상황이고 코미디도 코미디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캐릭터다. 누구하나 평면적인 캐릭터는 없다. 모두가 '내가 주연이요'라고 하는 듯하다. 그나마 평면적인 캐릭터를 찾으라면 매니저역의 임원희정도. 항상 배운티를 내며 무슨 말을 해도 어렵게 이야기하는 유교수(정경호), 극소심 영화감독 박감독(박노식), 바람둥이 데니스(리차드 김), 조직보스 최사장(조희봉). 거기에 강력계 형사 백형사(장현성) 까지 이 독특한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상황을 만들어간다.
영화의 히로인은 단연 예지원이다. 그녀는 그냥 딱 봐도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캐릭터인데 <죽어도 해피엔딩>에서도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시체를 숨기려고 시체들을 이리저리 옮기며 낑낑대는 모습은 능청스럽다. <귀여워>말고는 그녀의 출연 영화를 본것이 없지만 그녀의 능청연기는 가히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다 좋을 수는 없는법. 아무리 코미디지만 다소 많이 과장된 상황들은 웃기기엔 충분했지만 생각해보면 좀 그렇다. 설마 동태(동태 맞나?)에 사람이 찔려죽을라고...
역시 이런 코미디가 좋다. 억지로 웃기는 것보다는 상황에서 나오는 코미디가 자연스럽고 공감하며 웃을 수 있게 만드는데는 최고! 뭐 이 영화의 상황이 딱히 현실성이 큰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의 연결이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은 연출과 시나리오가 좋았다는 거다. 강경훈 감독의 데뷔작이라 이 감독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죽어도 해피엔딩>. 이건 사람이 '죽어도' 해피엔딩이 된다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든 기필코 '죽어도' 해피엔딩으로 끝내야 된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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