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하나와 앨리스가 참 부러웠다.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이란, 이렇다 할 추억거리가 별로 없고,
이들처럼 가슴아픈 첫사랑을 해본 기억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선배! 그 한사람이다. 첫눈에 반하게 되어 그를 따라다니다가, 멍청하게 벽에 머리를 박고 넘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건 기회다 싶어, 하나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기억 상실증' -실로 황당하기까지한 이 발상이지만, 나는 그 아이다움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아주 귀여운 이야기. 하지만 선배는 이 주먹구구식 거짓말을 점점 눈치채게되고, 왠지 그 마음이 내게로 향해있지 않은 것 같은 불안한 마음.
그렇다면 앨리스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길거리에서 캐스팅 된 그녀는 소속사에 들어가지만, 오디션을 보는 족족 낙방하기 바쁘다. 얼굴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개성이 없고... 일단 조금 멍청하다. 아빠는 얼굴보기가 힘들고, 엄마는 집안일은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바람둥이. 인생에 풀리는 일 하나 없는 그녀이지만, 어찌됐건 울지도 않고 무덤덤하다.
아, 어떻게 보면 실로 풀리지 않는 인생이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들 어떠하랴. 그녀들은 강하다.
결과가 두렵다고 피하거나, 좌절해서 웅크리고 있지 않는다.
용기를 내서 거짓말 한 것을 실토한 하나는, 대답이 두려워 고개를 숙이지만
선배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따뜻한 위로와 배려의 말이다.
앨리스는 이번 오디션에서만은 포기할 수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발레로써,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고민이 있더라도 그녀들은 그걸 뛰어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고로 다 보고난 나의 감상은 '아 예쁘다.'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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