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영화임을 익히 알면서도, 여러가지 기분상 보기를 미뤄오다 감상.
역시, 가창력 있는 보컬과 60년대 배경이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섹시한 의상과 조명들.
영혼이 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며 '소울' 을 고집하는 얼리(에디 머피)의 순수한 열정.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했다는 점에서는 비난의 소지가 있지만, 음악에의 열정 또한 본받을만한 에피 화이트(제니퍼 허드슨).
새로운 사운드(디스코.. 등등)로 디나(비욘세)를 최정상의 가수로 만들며,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데 힘을 발휘한 커티스(제이미 폭스) 등등..
서로 생각한건 틀렸지만, 그 열정만은 정말 본 받을 만 하다.
물론, 커티스의 경우,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보다는 '성공' 을 향해 인면수심 철저히 계산적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흑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클 수 있지 않았겠는가?
커티스의 행동을 보면,
한때 우리나라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서태지와 아이들' 이 떠오른다.
서태지는, 락밴드에서 활동하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장르일것 같은 랩(Rap)을 도입하여 대 히트를 쳤다.
서태지의 미공개 음악 파일중, '메가데스' 의 곡을 카피한 것이 있는것을 보면, 분명, 서태지는 그런 사운드의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그러나, 커티스가 한것처럼,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음악가가 하고자 하는 음악에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커티스가 디나에게 한 말처럼, '네 목소리는 아무 특징이 없어~' 라는 의미는,
나쁘게는 개성이 없다는 말(음악가에게 개성이 없다는 말은 치명적일 수 도 있다.)일 수 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좋게 해석한다면, 어떤 변화를 시도해도, 어떤 편곡을 시도해도, 어떤 사운드와 의상을 시도해도 무난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말일 수 있다.
음악계에서 '아방가르드' 나 '프로그래시브' 등 시대를 타지 않는 몇몇 장르르 제외한 유행성이 높은 장르들은,
그들이 풍미하던 시대가 지나면 그 후대에는 '구닥다리' 로 치부되곤 한다.
커티스가 만들고자 했던 음악은, 지극히도 유행에 민감하고, 즐겁기만 한(디스코) 흥미 위주의 깊이감 없는 음악이었기에, 분명 세월이 지나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음악가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절대 '대중' 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대중' 을 배제했다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든, 관심이 있든 없든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수' 가 무엇인가, '연예인' 이 무엇인가.
이들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지극히 감성적인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이들이 감히 '대중' 을 배제한 음악을 할 수 있겠는가?
이는 딜레마일뿐이다.
그런 점에서, 서태지는 대중의 기호와 자신의 욕구를 잘 절충하여 버무려 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운드와 장르, 새로운 스타일이지만, 대중의 기호와도 어느정도 부합되는 음악.
그것이 서태지를 인정해줄 만 한 부분이 아니겠는가?
결국, 서태지가 솔로로 독립하고 냈던 음반들의 사운드가 점점 강렬해 졌다는 점에서 볼때, 분명, 애초에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서태지의 경우, 문제점이 있다.
대중의 기호에 너무 신경을 썻던 것일까?
이후, 강렬한 사운드로 돌아온 서태지가 낸 음반들(무대 액션과 더불어)은, 그다지 독창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유명밴드를 흉내낸듯한 사운드 스타일과 무대액션은 결국 서태지를 3류로 만들어 버린것이다.
대중과의 타협이라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었으나, 대중의 기호를 움직이며, 점차 자신의 음악을 들려줘야 할때, 자신의 것이 없어져 버린 웃기는 상황.
커티스의 행동에 모든 멤버(이른바 서로 형제라 부르던)들이 실망하고 떠난 이유는,
그런 점에서 서태지의 상황과 일치하지 않을까?
여하간의 그런 골치아픈 얘기를 떠나서.
본 영화는, 풍성한 음악들과 복고스타일의 장면들이 볼만하다.
간간히 마치 뮤지컬을 하듯, 자신의 심경을 노래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어, 과연.. 이 영화의 장르가 뭘까 ..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아쉬운 점은,
역시.. 딜레마다.
본 영화에서 중요한 쟁점중 하나인,
가수의 '외모' 와 '실력' 이라는 딜레마에서,
커티스는 결국 '디나(비욘세)'의 외모와 무난한 가창력을 이용해서, 무난한 '디스코' 라는 음악으로 그들을 최고의 가수로 만들고 돈벌이를 하게 해주었지만, 그런 성공을 향한 질주에서 배제된 외모도 딸리고 고집스런 가수들.
나도 한때는 국낸 음악은 미국 팝에 비해 2류라는 사대주의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이기도 했으며, 음악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가수의 '비쥬얼' 을 따지기는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분명, 명확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음악이 '대중'을 절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돌아가서, '좋으면 좋은게 아닌가?'
'싫으면 싫은거고.'
P.S.
개인적으로, '소울' 이나 '재즈', '블루스' 등 흑인음악들을 좋아하지만,
본 영화에서 가창력있는 드림걸즈 원년 멤버로 나오는 에피 화이트(제니퍼 허드슨)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좋다가, 점점 지겹고 시끄럽게만 들린다.
이는, 머라이어 캐리가 리메이크한 "i'll be there" 는 정말 좋긴한데, 그런 류의 몇몇 곡을 제외하고, 다른 노래들은 별 흥미 없다는 것이다.
좋긴한데, 항상 귀를 괴롭히는 고음과 지나친 바이브레이션, 너무 감정에 호소하여(감성적 스트레스. 지나치게 감성에 자극을 주면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한다. 항상 우울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지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좋지 않다 하지 않는가.
바이브레이션이 적으면서도, 음성 자체가 따뜻한 '가펜터즈' 의 목소리가 좋기도 하고, 동요부르듯이 밍숭맹숭 하지만 순수하게 들리는 보컬이 좋기도 하고,
편식않고 이것저것 듣는게, 더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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