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편견>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제인 오스틴"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다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팜플렛에 홍보마냥 "전 세계가 궁금했던 그녀의 로맨스"란 문구가 그다지 특별한 궁금증을 자아내진 못했지만, <프린세스다이어리>시리즈와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에서 개성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앤 헤서웨이'의 신작인 걸로 충분히 영화가 기대될 거라 생각한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멜로보다는 로맨틱코미디가 많이 나와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면서 갈등을 겪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나, <비커밍제인>은 재미나 감동보다는 두 남녀의 우월관계의 싸움으로 시작된 인연이 차츰 사랑으로 발전된다는 전개와 당연히 '돈'이 우선시되었던 당시의 영국과 맞물려서 그들의 사랑을 보기에 안타깝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아쉽게도 그녀의 작품속에서 보여주는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있는 결말이라 더욱 씁쓸했다.
"제인 오스틴!" 그녀의 로맨스가 생각보다 많이 독특하진 않았다.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 영화의 전개를 무난하게 따라갔다. 서로 처음 알게 되면서 사랑하게 되다가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결말. 물론 영화제목 그대로 그 시절의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돌아가시긴 했지만) 현재의 제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의 1/3은 톰과의 이루지 못한 로맨스를, 나머지 2/3는 '제인 오스틴'의 그 시절에는 어울리지 않고, 억압이 심했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한껏 뽐내는 '제인 오스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가족들 행사에서도 그녀의 시 읽는 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을만큼 재능은 인정받지만, 엄마의 눈에는 남자보다 글을 좋아하는 그녀가 골치거리다. 특히 그녀의 집안은 가난했기에 부잣집에 얼른 시집을 보내고픈 엄마와의 그녀의 갈등도 심심치 않다. 여성이 결혼을 안하는 것도 문제지만 소설로 먹고 산다고 하는 것도 탐탁치 않은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소설 하나 잘 써서 영국내에서 여성 중 수익이 2위인 'J.K 롤링' 처럼 돈 잘 버는 여류작가도 있지만, 소설 써서 돈 버는 것도 이상하게 여긴 시절에, 그녀는 귀족집안의 청혼까지 거절하면서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남았다는 것이, 여성으로써의 가치를 마음껏 보여줄 수 없었던 때인지라 스크린에서 그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비커밍제인>이 실화는 아니다. 몇 개의 사실을 가지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녀의 전기적인 이야기를 쓴 것이라 영화 속 이야기가 꼭 그녀가 겪었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이런 아픈 사랑을 겪고는 소설속에서나마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그녀의 소설과 그녀의 현실은 참으로 대조된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사랑이 밥 먹여주냐!" 라는 말을 전혀 비웃듯이, 사랑 하나에 목말라 주인공들이 이루어지는 결말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톰을 그들 가족 품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기 가족은 한 번 버렸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까지는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그녀의 현실적인 판단 대처와 포용력 넓은 사랑까지.. 지금에도 갖기 힘든 또 하나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다만 그 시절, 그녀에게는 다른 여성들한테 없었던 자신감과 열정이 있었고, 작가의 능력도 있었지만, 돈 때문에 원하던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물론 사랑을 이뤘다면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만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옛 사랑을 다시 만나 짧게나마 눈을 마주침으로써 그녀가 옛 추억을 한번 떠올려봄즉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제인 오스틴'은 남자들이 하는 경기에도 참여하여 그녀의 당당함을 보여주고, 사랑에 있어서도 돈에 아픔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돈에 무릎을 꿇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상황의 묘사를 세심하게 하면서도 그녀가 그런 시대적의 억압을 뚫고 가는 장면들은 몇몇 거칠기도 했다. 그러나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그만큼 적합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한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언니들과는 달리 털털하면서 말괄량이같은 그녀에게 끌리는 세 남자를 보니 그 당시에도 현실에 순종적인 여자보다는 <엽기적인그녀>에서의 전지현처럼 다른 사람보다는 독특하게 보이는 그녀에게 나름 매력이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앤 헤서웨이'의 연기가 돋보였는데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의 세련되고 멋진 의상은 아니었지만, <비커밍제인>에선 겉으로는 (특히 남자들을 대할 때) 당당하고 자신감 넘쳐보이면서, 혼자 구석에서 읽기 민망한 소설을 읽을 때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작은 실수들을 할 때는 귀여움마저 보였다. 그런 그녀기에 "이 동네에는, 여자가 나밖에 없나?" 하면서 자기도취에 살짝 빠진 모습마저 웃음이 나왔다.^^
현실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모두 딛고 일어서는 해피엔딩은 조금 지겨웠다. 그래서 오히려 <비커밍제인>의 '제인 오스틴'이 현실에서 이성을 찾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옆에서 보기에는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이어서 더욱 감동이 있었다. 18세기 후반의 배경을 아름답게 묘사하면서 어떤 클라이막스에서 확 와 닿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이 조용하게 스며들면서 빠지게 하는 것이 <비커밍제인>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제인 오스틴'을 이미 아는 사람, 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이 영화로 인해 아는 사람 모두 그녀의 매력에 (다시) 빠져들게 만들었고, 작가로써는 성공했지만, 사랑에서는 성공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는 그녀의 실제 경험이 더욱 소설을 감동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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