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이하드를 언제 봤던가? 중학교 2학년. 1988년이었던 이 해에는 88서울 올림픽이 있었다. 그리고 다이하드도 개봉되어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브루스 윌리스는 TV 시리즈에서 유명했었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 중 액션 부분에서는 어떤 이미지를 보일지 알 수 없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실베스타 스텔론 등 이른바 근육질의 스타들이 영화계의 액션을 책임지고 있던 시절이라 과연 브루스 윌리스가 이런 영화에 맞는 스타일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액션배우치고는 연기가 되는 배우였다. 기존 액션스타들과는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연기가 되는 액션배우는 흔치 않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를 잘 소화하면서 연기에서도 흠집 없는 진행을 보여 곧바로 액션스타의 반열에 그를 올려 놓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오는 영화들에서 액션은 물론 미스터리와 코믹,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그의 다양한 연기의 폭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다이하드4.0은 12만에 나오는 다이하드 시리즈라고 한다. 팬들이 원해서 찍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무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 기회가 좋아서 시사회를 통해 넓은 상암구장에서 잔디밭에 스크린 세워놓고 봤다. 물론 영화상영시간까지 기다리는 지루함이 있었지만 색다른 느낌과 야외 음향은 최고의 수준이었다.
이번의 상대는 어쩌면 존 맥클레인과는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해킹과 관련한 디지털 전쟁속에 뛰어든 것이다. 몸은 예전만 못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연기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무리한 고난위도의 연기 액션도 자연스럽게 잘 하는 것 같았다. 스토리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감독이 언더월드의 렌 와이즈먼 이었다. 이전 영화와 비슷한 구도였지만 나름 연출력도 뛰어났던 것 같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봤으니 말이다.
한여름 블록버스터의 액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형사 존 맥클레인으로 하여금 그 옛날 다이하드 1,2,3편을 보던 시절의 내 모습이 함께 기억나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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