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봉한 [아프리카]는 조폭코드에다 할리우드의 [델마와 루이스]를 뒤섞은 듯한 영화이지만 곳곳에 허점이 보이는 등 아직 제대로된 국내 여성 버디무비가 제작되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 씁쓸하다.
주인공들이 우연히 권총 두 자루를 손에 넣으면서 시작되는 영화 초반부만 해도 그런 대로 기대를 가질 만 하다. 네 여자의 캐릭터 설정도 크게 무리할 것은 없다.
일이 잘 안 풀려 의기소침해 하던 대학생 지원(이요원)과 소현(김민선)은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빌린 차안에서 권총 두 자루를 발견하고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시골 다방의 영미(조은지)와 자신을 농락한 남자에게 복수를 꿈꿔오던 진아(이영진)가 차례로 합류하면서 사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들 네 여자는 사회의 부조리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이들의 행동에 호응하는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사이버공간에서는 `네 명의 혁명적인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들'이란 뜻을 지닌 팬클럽 `A.F.R.I.K.A(Adoring Four Revolutionary Idols in Korean Area)'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엉성한 구성에 비해 네 배우의 연기력은 나름대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이요원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혜주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팀의 리더 역할을 훌륭히 해냈고 [눈물]에서 재능을 선보였던 조은지는 좌충우돌하는 폭소연기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민선과 이영진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보여준 대로 각각 새침데기다운 매력과 중성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신승수 감독은 [델마와 루이스]나 [셋 잇 오프]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괜찮은 여성 버디무비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보면, 차뒷유리의 총알 구멍이 장면이 바뀌면서 구멍도 같이 이동했고, 검문장면에서 바로 코앞에서 피해 가는 차를 잡지 않고 열심히(?) 다른 차만 검문한다.
또한 무기고를 턴 것도 아닌데 계속 쏴대는 총알은 다 어디서 난 것이며 산속 조폭들과 조우하고 야릇한 감정을 갖게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장의차에 탔던 주인공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설명이 없거나 수시로 바뀌는 차는 지나친 허점이랄 수 있다.
자신의 허벅지에 권총을 쏘는 김반장의 연극과 주인공들이 팬클럽 회원들의 시위대열에 합류하는 것만으로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일순간에 해결되는 결말도 의아스럽다.
처음부터 황당무계한 코미디인줄 알았다면 기대나 안했을텐데 그러기에는 실망감과 배반감이 너무 크며 신승수 감독의 네임밸류가 많이 낮아졌구나 하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