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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아프리카]이 영화는 절대 패미니즘 영화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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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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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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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5 오전 10:1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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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영화를 보는 기준이 있다. 이미 30여년의 시절을 살아왔고 그 중 삼분의 이는 영화와 함께 생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온 와중에 내 나름대로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생겼다. 뭐 영화라는 장르가 재미를 추구하기도, 예술을 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작품을 연출하는 연출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도, 배우들의 멋진 공연, 또는 아름다운 영상이나 음악이 관객을 압도하는 경우도 있는 종합 예술이기에 어떤 영화에 대해서 보는 사람마다 각각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다르다. 그러한 관점에서 나에게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선택하냐고 묻는 다면 난 망설임 없이 감독의 연출력을 본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래서 난 감독의 이름 석자(또는 여러 자)만으로 그 영화를 제작 단계부터 기다리고 고대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아프리카>를 만든 사람은 신승수 라는 감독이다 혹자는 감독의 이름이 낯설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할렐루야>, <엑스트라>를 연출한 감독이라고 하면 아마도 “아!” 하는 감탄사 정도로 기억을 상기시킬 정도로 대중에게 인식이 되어있었던 감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 감독에 대해서 알았을 때는 그의 데뷔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85년 <장사의 꿈>(1985)으로 데뷔(임성민, 금보라가 주연인 이 영화를 기억할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달빛 사냥꾼>, <성야>, <빨간 여배우>, <수탉>등 사회성이 짙은 현실 비판적인 영화를 미스터리 스타일 또는 드라마로 그리는데 재주가 있었던 감독으로 기억한다. 모든 감독들이 소위 벗기는 영화에 몰두해 있던 1980년대 후반, 나름대로의 작가주의 정신이 있는 감독중의 하나로 그의 작품으로 에로영화 일색의 한국영화의 빛과 같은 인상을 지워준 감독으로 나에겐 굉장히 깊은 인상을 준 감독이었다. 그러던 그는 90년대 들어서 자신의 연출색깔이 확연히 바뀐다. <아래층남자와 위층여자>로 부터 시작되어 <가슴달린 남자>, <계약 커플>, <아찌 아빠>에 이르기 주로 로맨틱 코미디 성격을 띤 멜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90년대 말부터 <할렐루야>나 <엑스트라> 같은 코믹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어째 흥행적인 부담 때문에 감독의 날카롭던 비판의식이 점점 무디어지는 듯하여 그의 후반 작품들을 보면 씁쓸하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괜찮은 작가주의 감독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완성된 작품이 <아프리카>이다. 그리고 이 작품역시 그의 근래에 선보였던 <할렐루야>나 <엑스트라>와 일맥상통하는 연출방식을 따른다. 그러니까 까메오가 등장한다던가 영화 속에 영화 감독들이 출연을 한다던가 하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할렐루야에서 줄줄이 등장하는 까메오들이나 엑스트라에서 등장하는 감독들, 이 영화에선 (주유소 습격사건) 패러디가 크게 눈에 띈다. 또한 주인공이 우연한 상황 때문에 주인공이 원치않던 상황에 빠져서 그것을 즐긴다던가 하는…
하지만 <아프리카>를 보면 예전에 그가 관심을 보여온 사회 속에서의 “여성”이라는 존재에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불합리함에 아직까지 관심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향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
일상에 찌든 두 명의 여자(지원과 소현). 지원과 소현은 대학생이지만 지원은 학점도 생각대로 나오질 않고 아르바이트도 짤리는 등 되는 일이 없다. 소현 또한 스타 지망생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스타의 길이란 멀고도 험한 길같이 느껴진다. 힘겨운 생활을 잊고자 오른 여행길. 하지만 소현의 남자친구로부터 빌린 승용차에선 권총이 발견되는데…. 영화는 우연히 여행 중에 발견한 총 두 자루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 한다. 여행 중에 발행한 사건 때문에 뉴스의 초점이 되는 영화 ? 어디서 많이 본 도입이다. <델마와 루이스>의 도입부와 비슷하다. 다만 <아프리카>는 총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델마와 루이스>는 자신의 몸을 남자로부터 지키기 우발적인 살인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지만… 도입부는 때문에 패미니즘의 냄새가 풍기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프리카>는 어쩐지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초반 지원과 소현이 처음으로 총을 사용하는 부분은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보는 남자들에 대하여 총으로 위협하며 혼내주는 부분은 나름대로 통쾌하다. 하지만 문제는 아프리카 4인방의 일원이 되는 다방 종업원 영미가 합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상과는 빗나간 방향으로 진행된다. 영미는 총을 보는 순간, 그것의 마력에 휩싸인다. (이 영화에서 총은 마치 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처럼 그들에게 이상한 마력을 발휘한다. 마치 구세주처럼...) 총 때문에 그들은 남성들 위에 군림할 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그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도구는 되질 못한다. 오히려 그것으로 발생한 해프닝성 일들의 트러블 메이커의 구실 만 톡톡히 한다. 처음부터 영화는 패미니즘 영화를 거부하고 여성들의 일탈을 통해 남성들을 혼내주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주고자 작정을 한 듯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였다.
이들이 사회에서 받아야 하는 편견들도 부각되지 않고, 그들이 총을 가지고 하는 행각들도 객관적으로 보기에 정당성을 인정 받지도 못한다. 그들은 단지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힘에 겨웠을 뿐 여성이나 남성에 대한 모종의 편견을 개인적으로 해소하는 것 처럼 만 보인다. 총을 통해 일탈을 하게 되어 여행을 하게 되고 돈이 필요해서 강도짓을 일삼는 철없는 젊은 여자아이들의 해프닝성 장난 처럼 보여진다. 아니 의도적으로 재미있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총이라는 물건이 등장하였고 영화는 비 정상적인 방향으로만 진행이 되는 듯, 그것에는 사회적인 비판이나 패미니즘의 메시지는 전혀 없는 듯 보인다. 단지 재미있는 상황만을 위한 소품일 뿐. 또한 여성들의 일탈과 반란 그리고 그들을 따라오는 메스컴의 오보와 관련된 설정은 오히려 그들의 영웅 만들기에 일조를 하는 것 같고, 인터넷 동호회 아프리카를 결성하는 계기가 되어버려 더욱 씁쓸하다.
이들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보고 그들에 열광하는 인터넷 팬클럽이 생겼는데 그 이름이 ‘아프리카<A.f.ri.k.a(Adoring Four Revolutionary Idols in Korean Area)>’.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럼 그녀들이 한 행동들이 과연 영웅적 인가 ? 그것은 여자인 내가 보아도 그다지 정의롭지 못하다. 돈이 없다고 은행이나 빵집을 털고, 총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복수를 하고, 경찰에 쫓기는 것이 과연 영웅들의 행동인가 ? 은행이나, 빵집, 주유소를 턴 돈으로 머리를 하고 옷을 사고 호텔비로 쓰는 그들의 모습이 과연 정당한 행동이냔 말이다. 말로는 사회에 찌든 남자들에게 배신 당하고, 이용당하는 여성들의, 어려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여성들의 일탈을 통해 그들의, 우리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해소하려는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영화의 내용은 너무 희화적이고 작위적 그리고 과장된 상황으로 일관할 뿐 줄거리의 개연성이나 일관성은 전혀 없다. 갑자기 경찰에 쫓기는 조폭이 등장하는가 하면 총을 잃어버린 경찰들이 막연하게 그들을 쫓는 것이며 불쑥불쑥 총을 들이대는 그들의 행동 등등… 정상적인 사고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다. 또한 영화의 아프리카 단원들이 총을 잃어버린 경찰에게 총을 주는 과정이나 경찰이 그들을 놔주는 식의 마무리도 어이가 없다. 웃음을 주기위해 작정을 한 것 같은 감독의 의도는 눈에 띄이나 그것을 포장하는 포장법이 그다지 세련되지 못했다. 시종 코믹적인 내용으로 관객을 웃길 수는 있는 영화라고는 하지만 총을 가지고 범법행위를 했던 사람들이나 조금은 생각이 없어보이는 경찰모두 종국에 가서 어떠한 식으로도 그들이 벌인 일에 대한 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엔딩이라고 생각이 되질 않았다.
신승수 감독은 <할렐루야>를 시작으로 코믹한 영화를 찍을 때부터 사회적인 이슈를 영화속에 코믹하게 그리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 그가 사회적 문제를 미스터리의 기법으로 그렸었던 것처럼. 하지만 신 감독은 코믹적인 부분 보단 미스터리나 정통 사회비판 영화를 찍을 때가 훨씬 작품이 좋았었다는 생각을 한다. 코믹으로 돌아서면서 자신의 감독적 재능을 발휘한다기 보다는 까메오를 출연시키거나 다른 영화를 패러디하는 등의 편법 등으로 관객의 주목을 끌고자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도 한두번 정도만 통하지 매번 울거먹는 식의 스티일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기 보다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웃음은 맘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 해프닝성 장난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승수라는 감독의 초기 작품을 알고 그의 재능이 코미디 보다는 미스터리에 있다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그가 왜 자꾸만 코믹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15~6여년의 연출 경력의 중견감독으로 젊은 이의 감각을 유지하고 사회성이 짙은 블랙 코미디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생각은 이해가 가나 아무래도 난 그의 초기작이 좋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된다. 제발 코믹영화에 대한 미련은 접고 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신감독이 알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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