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달랐다면 좀 더 부담을 덜었을 것을.....
<선생 김봉두> <여선생 대 여제자> 등 쇄락한 한국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잇달아 선보인 장규성 감독의 세번째 영화로 역시 지방 소도시가 배경이며, 어릴적 만년 반장의 얼짱 출신인 이장과 부반장에 외모에서 딸리는 군수라는 대립 구도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대립 구도 자체는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괜찮은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가 기존의 장규성 감독 영화와 달리 관객 입장에서 부담을 느껴야 했던 건 과도하게 느껴지는 정치 현실에 대한 개입이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영화에서 보이는 여러 모습은 부안 방폐장 사태를 직접적으로 연상하게 할 수밖에 없다. 당시 부안군수는 부안군의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방폐장 유치 신청을 했고, 신청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소홀은 거센 반발을 불러와 결국 주민 투표를 실시, 부결됨으로서 장기간의 사태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군수에 대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시위대에 의해 학생들의 등교가 저지되는 등의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영화에서 거의 그대로 복제되어 나타난다.(재밌는 건지 어처구니 없는 건지, 부안에서 엄청난 사태를 일으킨 방폐장은 얼마 뒤엔 서로 유치를 하겠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장규성 감독이 일방적으로 군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100% 부안 방폐장 사건의 복사, 재현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부안을 연상시키는 전개라는 건 확실히다. 장규성 감독은 새로 부임한 젊은 군수의 군 발전을 위한 의욕 대 권력을 상실한 구세대의 음해 공작 대립의 결정판으로 방폐장 사건을 제시하고 있다. 유해진이 맡은 젊은 군수가 현직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건 삼척동자라도 뻔히 알만하다. 거기에 성까지 같은 노씨니. 어쩌면 장 감독은 조중동 등 언론과 수구 보수 단체들로부터 포위 당해 공격 당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억울한 입장을 알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대처해 나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감독의 현실 정치에 대한 인식이 일정부분 이해 가능한 면이 있다고 해도, 방페장 유치 건을 그 소재로 끌어 들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어 보인다. 더군다나 방폐장 반대 세력을 아무것도 모르고 부하뇌동하거나 전형적인 악의 세력처럼 묘사했다는 건 달리보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그런 식으로 묘사하면서도 뇌물 수수 등의 죄로 법적 처벌을 받는, 응징의 과정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우정' 운운하며 막을 내린 건 너무 찜찜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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