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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아프리카>왜 만들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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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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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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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0 오전 11:13:04 |
1766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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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라는 이상한 약자로 만들어진 여성 4인조 총잡이 무협(?) 영화가 나왔다. 젊은 20대 초반의 젊은 네명의 여성에게 어느날 총 2자루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헤프닝들을 그린 영화인데, 2002년 한국 영화의 스타트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신승수 감독도 어느정도 이름이 있고, 배우들도 비교적 알려져있고, 소재도 참신했기에 거는 기대도 큰, 여성영화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를 보고 싶어했던 마음이 들었다.
소재가 총이라는 것과 젊은 여성 네명의 이야기. 각종 영화 소개하는 곳에서 여성영화라고 소개하는것을 보지 않더라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갑자기 생겨난 총이라는 강한 힘이 생겼는 소재만으로도 관객들은 여성의 자아찾기 등의 페미니즘적 주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홍보자료에도 나왔지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마디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겉으로는 "총을 둘러싼 재미있는 스트레스 푸는 영화"를 표방하고 나온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감독은 겉으로는 아닌척하면서 속으로는 감춰둔 진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겉다르고 속다른 자세는 영화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점차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해버려 영화가 끝났을때,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주제의식같은 것을 느낄수도 없는 말그대로 <그냥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전공이 F가 나온 여대생 김소현(김민선)과 아르바이트집에서 억울하게 쫓겨나온 여대생 이지원(이요원)은 여행을 떠난다. 남자친구에게 차를 빌려서. 그런데 그 남자친구는 생양아치이다. 차를 훔쳐서 소현이에게 준것인데 하필 그 차안에 도박으로 챙긴 권총 두자루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우연히 권총을 얻게 된 두 사람은 그 권총의 힘을 이용하게 된다.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들을 물리치고, 집쩍대는 남자들에게도 방아쇠를 당기고. 그렇게해서 경찰에 쫓기던 그녀들은 다방레지 조영미(조은지)와 옷가게 주인으로 도움을 주는 윤진아(이영진)을 만나서 같이 도피생활을 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나름대로 배우들의 역할 설정과 코믹요소가 섞여들어가면서 잘 진행되어 나갔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이다. 영화는 앞에서 말한것처럼 재미있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여성영화라는 주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냥 그 총으로 하고 싶었던 복수를 하고 잡히지 않고 그냥 빠져나가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로만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성에게 생긴 총. 남자에게 당하고 사는 여성들에게 (다방에서 티켓걸로 일하는 여자나 공금횡령한 남자를 대신해 징역을 살다나왔지만 배신당한 여자) 총이 가진 힘으로 복수를 한다. 그것까지는 통쾌한데 그 다음의 이야기가 없다. 결말도 예상대로 그대로 나오고 이야기가 짜임새가 있는것도 아니다. 시간의 흐름따라 잘 흘러가긴 했는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만으로 그냥 끝이난다. 한마디로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끌고 갔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느끼하게 생긴 조폭의 등장에서 실소하는 관객들에게 감독은 무슨 설명을 할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그렇게 쓸데없이 들어간 장면만 빼었어도 영화의 완성도는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거기다 필름의 프린트 상태가 너무 좋지않은 것은 둘째치고라도, 요즘 영화의 거의 기본이 되다시피 한 동시녹음 작업도 아닌, 스튜디오에서 효과음을 넣어서 만들어낸 대사가 왜 그렇게 거슬리게 들리는지. 흙바닥에서 얻어터지는데 왜 마루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나오는지. 아직도 관객의 수준을 너무 얕보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영화를 지탱해 나간것은 주연급의 연기력이 아니라 조연으로 나오는 건달같은 형사와 조폭이다. 그들이 연기하는 상황은 이미 상투적이어서 실망스럽지만, 그나마 그들의 유쾌한 연기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말았을 것 같다.
좋은 소재, 좋은 아이디어였다. 다만, 방향을 잘못잡은 것 같다. 여성 영화로 만들던지 아니면 재미있는 코믹 영화로 만들던지.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중간에 2부격으로 삽입되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일관되게 하나의 흐름을 이어가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와 달리 아프리카는 그 방향성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영화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것 같다.
한국 영화를 보는 눈이 이제는 너무 높아진걸까? 아니면 아직도 관객을 얕잡아 보는 것일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이을 새로운 여성의 영화가 나오기를 바랬던 2002년도의 첫 한국영화는 그렇게 실망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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