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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도 이렇게 해 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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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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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hae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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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8 오전 10:3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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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돈이 무릎을 꿇는 단 한가지의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 앞에 보이는 돈 보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이 아니고, 바로 '총' 이라는 단 한 단어로 칭하는 물건 앞이었다. 역설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자신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라는 자연의 법칙(?)이 성립한다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필자가 오늘 지켜본 <아프리카> 라는 영화는 이런 인간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통쾌한 영화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기가 폈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약자의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여자'라는 존재이다. 그런 그들이 남자들에게 대등하게 또는 우월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출할 수 있는 것이 상대 남자보다 많은 돈, 권력이 아닌 '총' 이라는 것은 영화가 말해주는 너무 극단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공감을 안할 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들 지원 (이요원 분)이나 소현 (김민선 분)이 '총'이라는 절대 파워(?)를 얻는 데는 그들의 노력이 아닌 우연적인 요소가 등장했다. 처음 그들은 그 자체를 부정했다. 그러나 꼬여있는 우리 사회, 즉 아직 여자를 성적 노리개 감으로 생각하는 일부 남자들에 의해 그들의 잠재된 본성은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을 예고하고 말았다. 누구는 참아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나, 사실 필자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추상적인 이야기를 끌어놓으면, 어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하겠다.
지원과 소현은 대학 단짝 친구이다. 전공은 'F' 학점이 날라오고 (이 대목부터 총이 나올거라는 암시가 선다 ^^;;;) 억울하게 아르바이트도 짤린 지원과 연극과 지도 교수에게 온갖 수모를 겪고 의기소침해진 소현... 그들은 지겹고 고단한 일상을 뒤로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소현의 남자 친구에게 빌린 고급 승용차 안에는 전혀 예상 못한 '총' 두 자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일이 잘못 됐겠거니, 하고 여행을 중단하려 했으나, 사회는 그것을 용납치 않았다. 곱상하게 생기고 미스 코리아 뺨친다는 이유로 그들은 짐승 같은(?) 남자들의 계략에 빠져들고, 이 사회는 구제불능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들이 고칠 수 있는 것은 없으나, 적어도 경종은 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보다.
쪼끔은 어설프고, 억지시 되는 문제의 여행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같은 나이 또래의 다방 종업원 영미 (조은지 분)와 의상실 직원 진아 (이영진 분)이 가세함으로써 거칠 것 없는 사회의 문제로 커버렸고, 네명의 주인공들은 사이버 세계에서는 영웅으로 추대 받기에 이른다. 그러한 모든 일들이 나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쯤으로 생각되어지는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고, 그에 따르는 추종자에 이르러 '아.프.리.카.'라는 이니셜을 쓰게 되는 팬클럽까지 생기게 된다.
분명, 이러한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지원과 소현이 꿈꾸고 있던 그들만의 작은 여행은 의도되지 않은 사회의 문제점들을 들추어 내며, 작은 반란으로 이루어졌고.. 그 작은 반란은 방법이 문제시 됐지만, 누구나가 공감하는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일들을 들추어 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가 시작된 그 문제의 지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을 남기면서 말이다.
이 영화는 사실, 사회 계몽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올바른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 그저 사회에 빗댄 블랙 코미디에 불과한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안겨주는 교훈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 (필자가 일일이 캐내는 것은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을 관객 스스로가 찾아서 감상하시는 것이 영화를 두배, 세배... 최고 열배 이상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고 싶다.
요 근래 개봉하여 죽을 쑤었던 영화가 있다. 바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였다. 지금은 관객 스스로가 일으킨 작고 소중한 영화지만, 필자는 그 영화를 그렇게 좋게 보진 못했다. 필자 스스로가 여자가 안돼 봐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거니 하고 넘어 갔었다. 오죽했으면.. 고양이가 여자를 가리킨다고 착각(?)하여 나중에 후속편으로 남자들의 20대 초를 대변하는 '강아지를 부탁해' 라는 영화가 나오길 갈망했을까...
그러나 이 영화를 접했을 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라고 깨달았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고양이를 부탁해>와 <아프리카>는 너무나 닮아있는 쌍둥이 같은 존재였다. 한 영화가 정적인 영화였다면, 다른 영화는 동적인 존재였다. 이 사회에 대해 풀어내는 썰(?)은 같은 내용이지만, 영화에서 표현해 낸 것은 엄청나게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가 여성이 안됐더라도 쉽게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던 <아프리카>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시원시원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필자 자신이 권력과 돈이라는 단어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도 영화에 반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아프리카>에서 펼치는 4인조 젊은 청춘들이 펼쳐내는 이야기 거리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필자 자신도 한번 해 보고 싶은 그러한 욕망이 일 정도로 말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게 혼자 숨기고 지내는 것이 아닌, 이 세상 사람들이 전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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