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라는 소재는 한국영화에서 사용될때 남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총잡이>에서는 무능한 남자가 권총한자루를 얻은후 용감해지고,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역시 총한자루를 들고온뒤 쌓인 울분을 풀어제낀다. 총기소지가 허용된 미국과 달리 일반인의 총기소지자체가 불법인 한국에서는 "총"이라는 것이 일반 무기와는 다른 경외감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아프리카>역시 권총 두자루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저런 영화들의 뒤를 밟아나간다. 권총 두자루를 얻게된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열광하는 인터넷모임, 그리고 그 아이들을 추격하는 경찰과 조폭까지. <아프리카>는 잘만 하면 통렬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쾌작이 될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할렐루야>와 <엑스트라>등에서 코믹하면서도 제법 날카롭게 사회를 찔러냈던 신승수감독의 작품이라기엔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젊은 감각을 따라잡기 위해 애썼다"라는 감독의 코멘트처럼 유머감각만큼은 최근의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먹힐만큼 감각적이다. <아프리카>가 제시한 배우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패러디(<주유소 습격사건>,<신라의 달밤>등)나 상황에서 벌어지는 코믹함을 담아내는 솜씨는 신선하면서도 유쾌하다.
그러나 너무 "젊은 감각"에만 신경을 쓴걸까? 네 소녀를 추종하는 온라인 팬클럽이 나타나지만 그것에 공감을 하기란 쉽지않으며 애초 기대한 통쾌한 사회비판은 단지 어설픈 페미니즘에 네 친구의 결속 확인 정도에서 접어버리고 만다.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이 긴 여운을 남긴다면 <아프리카>의 엔딩은 그런면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점도 없잖아 있다. 그러다보니 <7인의 새벽>처럼 애초에 황당무계 정신으로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아프리카>는 최근 코미디들이 전부 조폭일색으로 가던 경향을 생각하면 상당히 반가운 영화다. 물론 이 영화에도 조폭들은 나오지만 조폭에 의존한 개그보다는 상황의 설정에 의해 만들어나가는 개그를 본다는것이 상당히 오랜만의 일처럼 느껴기에 난 이 영화에 그만한 기대를 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