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고 싶지만 주위에서 매번 시비를 거는 녀석들 때문에 생활 기록부에 온갖 도장들을 찍을수 밖에 없는 경수(장혁)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는 생각으로 화산고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전학 첫날 부터 자신의 재치기가 만들어내는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신의 내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닥치게 되지요.편안하게 살고 싶었는데 세상은 경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우리의 불쌍한 경수 그에게 졸업장은 불가능한 도전일까요?
이곳 학생들은 제각기 한가지씩의 무술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영화는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일명:캐릭터)에는 신경도 쓰고 싶지 않다는 무대포 정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냥 풀어나가면 블록버스터가 되지 못할테니 중간중간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돈 들어간 영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고요.
거기에다 사랑이 빠지면 안 될테니 어쩡쩡한 사랑 이야기도 집어넣었는데 관람등급을 맞추기 위해서 목욕탕에서 옷을 다 입고(그 전에 사물함 안에 내용물들을 살짝 본 결과 그런 옷들은 없었는데 말이지요) 이보다 더 지루한 하다만 키스씬은 없을 정도였지요. 어릴적 하느님의 장난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자유 의사하고는 상관없이 어쩔수 없이 고수가 된 경수의 앞날은 여기서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일까요? 사실 세상 탓이기 보다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탈되었을때 부터 그런 건 이미 정해져 있었겠지요.
남들의 눈에는 비겁자로 보이건 상관도 하지 않던 베일의 사나이 경수가(힘이 있어도 그 힘을 숨기고 살아가는) 중반부로 갈수록(영화의 런닝타임에 쫓긴 나머지) 슬슬 몸풀기를 시작하다니 그 전에는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온갖 묘기들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요. 자칭 일인자 장량(김수로)씨도 젖먹던 힘까지 다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묘기들을 다 보여주고요. 그런 힘이 있었더라면 경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그 녀석들을 초토화 시켰을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비참한 신세가 되지 않고도 말입니다.
장르 자체가 학원무협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짬뽕영화가 되어버린 [화산고]의 마지막 20분은 한국영화도 이제 돈만 있으면 이 정도 CG를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 이 하나만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명장면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요. 이야기의 구멍은 너무나 많아서 (물에 던져서 해결하기도 힘들고) 인물들은 모두 다 죽어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까지 하는 건 이 영화가 너무 CG에만 온갖 신경을 다 쏟아부은 탓일까요?
어찌 됐든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 자신의 힘을 다 발휘하고 드디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갑빠맨 경수(장혁)의 모습은 너무나 애절하고 슬퍼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지요. 이런 바보 같은 나에게 생애 단 한 번 찾아온 사랑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버리는 장량,경수의 모습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명장면이고요. 또한 이상한 책 한권을 가지고 심오한 주제를 이야기 하려고 한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그냥 지나치고 넘어가기 힘들만큼 우습지요.
사족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한자가 등장하고 (그걸 모르더라도 영화를 보는데 지장이 없으니 지레 겁먹지 마시기를) 한국영화라고는 멋기지 않을 정도의 장면들이 쉴새 없이 등장하니 최소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이 영화는 그저 국산 와이어 액션의 현재 모습과 한국산 CG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로 밖에는 안 보이는 건 이런 삐딱한 눈을 가진 저 혼자만의 생각이기를 그저 바랄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