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작년말에 개봉했지만, 배우 이은주의 자살사건으로 인자에 회자된 영화이다.
내가 원래 이런류의 불륜, 멜로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또한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차 트렁크에서의 씬이 매우 불쾌하다고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봐야할 영화목록에서 삭제하기 위해 보게되었다.
음.. 감상을 한마디로 한다면.. '괜찮은 편이다'.
연출이나, 카메라웍, 배우들의 연기, 묘한 분위기, 캐스팅, 시나리오 전개 면에서 모두 괜찮은듯 해보인다.
몇몇(?) 네티즌들이 영화 뒷부분의 트렁크씬에 대해 씹는(?) 이유는 뭘까?
개인적으로는 그리 불만스러운 부분도 아닌데..
아마도, 이은주, 한석규라는 멜로성 연기자가 나오기 때문에 방심했다가 잔인한 장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반사작용이 아닐까?
트렁크씬이 상당히 엽기적이기 때문이다.
나야 뭐, 엽기적인 영화를 워낙이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리 엽기적이랄것도, 충격도 없지만, 이 영화를 보러간 젊은 여성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그 충격은 어쩌면, '올드보이'의 충격과 견줄만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짜임새도 괜찮고, 미스테리한(결국은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개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영화의 끝부분까지 관심을 유발하지만, '불륜' 이라는 소재로 인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영화다.
이 영화는 크게 두가지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한석규-이은주-엄지원의 삼각관계와, 사진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묘하게도 이 두가지 사건 모두는 '불륜'과 관계가 있다.
이 영화가 전면에 세운 모티브는 불륜이 모양이다.
영화가 짜임새가 있어, 칭찬을 하던차에, 여기저기 웹서핑을 해보니,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가지 줄거리는 '김영하' 라는 신세대 소설가의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 과 '사진관 살인사건' 을 소재로 사용하였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음, 그랬었군. 웬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시나리오가 튼튼한 영화는 흔히 볼 수 있는게 아니었다.
단지, 두가지 줄거리가 은근슬쩍 섞여 있기는 하지만, 뭐랄까... 그리 잘 섞인 느낌은 아니랄까?
한석규는 극중에서 '형사반장' 이다.
한석규는 결혼한 엄지원과, 엄지원의 대학동창 이은주를 모두 사랑하는데, 먼저 이은주를 알게 되었지만, 이은주의 친구인 엄지원의 '고결함(?)' 이 좋아서 결국, 엄지원과 결혼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석규의 직업이 '형사' 라는 것이다.
물론, 형사나 경찰, 검찰, 법관, 검사라고 해서, 불륜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형사' 가 불륜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는 웬지 좀 언밸런스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그런데, 한석규가 형사역활이 된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두가지의 줄거리를 믹스하다보니, '사진과 살인사건' 에 한석규를 등장시키기 위해 '형사' 로 설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게 된다.
즉, 두가지 줄거리를 믹스하기 위한 설정으로 한석규가 '형사' 여야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이유로 한석규의 극중 역활이 '형사' 가 된것이라면, 좀 아쉽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물론, 이런 도덕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이질감은 내가 그런 고정관념에 빠져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겠지.
'형사' 이기 때문에 더 어색한 이유는..
'사진관 살인사건' 이 벌어진후, 그 해결 시한이 '일주일' 로 정해진다.
영화중 '이런 사건은 일주일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영구 미제사건' 이 되어버린다는 경찰서내에서의 대사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견해결에도 바쁠 그 일주일동안, '형사' 인 한석규는 가정에도 꽤나 충실하고, 이은주와의 불륜관계도 자주있고, 동료들과의 술자리에다가, 사진관을 방문하여 '성현아' 를 조사하고, 주변인물도 조사하는등, 꽤나 바쁘다.
현실에서 사건해결을 위해 밤샘을 하고, 미행하고, 잠복근무하느라 집에도 잘 들어가지 못하는 '형사'의 삶과는 꽤나 괴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한석규의 직업이 '형사' 가 된것이, 단순히 두 줄거리를 믹스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의미외에는 없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이런면에서는 두 줄거리의 믹스가 그리 자연스럽게 잘 되지는 않은듯한 느낌이 든다.
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김영하의 단편집을 웹상에서 간추린 내용이라도 볼수 있을까 헤매 봤지만, 찾지는 못했다.
항간에 회자되었던 이은주의 노출씬.
이은주의 자살이유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중에 이 영화에서의 노출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거론되곤 했는데, 글쎄... 그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사실 좀 질투가 나는 영화다.
이은주,엄지원,성현아 라는 세 미녀가 등장하기 때문이고, 이은주,엄지원 이라는 여자가 한석규라는 한남자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잘난 남자는 여자도 많이 꼬이는구나 하는 질투심마져 유발한다.
더욱이 극중에 등장하는 이은주의 넓디넓은 집도, 그녀들의 멋드러진 직업도 질투심이 날만하다.
어찌됐든, 다시 노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은주의 노출이 과연 그녀의 그녀에게 심적 압박을 줄만큼 컷을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이은주의 노출은 꽤나 자극적이다.
하지만, 유두노출은 전혀없고, 심지어 누드사진을 찍은 성현아 조차도 유두노출은 없다.
오히려 이은주가 예전에 찍은 영화 '오! 수정' 에서의 유두노출과 비교한다면 노출의 수위는 오히려 더 적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몇몇 배우들은 영화를 하게되면, 극중의 배우가 느낄 감정을 느끼기 위해 감정이입을 하고, 극중 배우의 역활에 몰입하게 된다고 한다.
이미 엄지원의 남편이 되어버린 한석규를 사랑하게 된 불륜의 사랑의 감정이 이은주를 옥죄어 온것은 아닐까?
이은주의 심적인 압박감은 '노출' 보다는 이런 감정이입에서 오는 혼돈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노출' 로만 따진다면야, 한석규의 노출 또한 심상치 않다.
한석규의 노출또한 그 수위가 굉장히 높은데, 유독 이은주의 노출에 대해서만 이리 말이 많은 이유는?
역시, 남자배우의 노출보다는 여배우의 노출이 사람들이 관심이 많기 때문이겠지..
아니, 어쩌면, 한석규가 가수 '비' 처럼 멋있는 몸매를 가졌다면, 사람들의 입도마에 더 자주 올랐을것이고, 관심이 많았겠지만, 한석규의 밋밋한 몸매가 별로 어필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는(이젠 이런 유행도 지나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헐리웃의 영화에서는 유명한 남자배우들의 누드를 공개하여 공공연히 섹스심벌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고 한다.
각종 '섹스','섹시' 관련 인터넷 투표나, 조사에서 '비' 를 성적대상으로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면에서 한석규의 누드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이에 반해 이은주의 노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20대의 젊고 예쁜 여배우의 누드에 대한 관심이야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이 영화에서의 누드는 '누드를 위한 노출'이 아니라, 극중 두 사람의 '인간관계에 대한 당위성으로서의 도구'로 사용되어 굳이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이은주의 노출을 이용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영화의 예술성이 노출을 정당화 시킬수도 있지 않는가.
이 영화에서는 불륜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를 엿볼수는 없다.
물론, 두 배우가 트렁크씬에서 내뱉는 몇마디에서는 스스로 죄책감에 사로잡힌 듯한 대사가 오고가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굳이 도덕적인 평가를 내리려고 하지는 않는듯 하다.
이런 점은 원작소설을 쓴 김영하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영하씨의 몇몇 글은 스크랩하려 했으나, 링크주소를 잊어버린 관계로 아쉽게도 찾지 못하겠다.
다만, 김영하씨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질문,답변을 잠깐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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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http://www.kcaf.or.kr/lecture/munhak/2004/041022.htm
몸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김영하 몸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이것은 상당히 오랜 동경이구요. 저는 물론 머리를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지만 아주 옛날부터 몸을 쓰는 사람들이 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무용수라든지 피아니스트라든지 하는, 몸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사람들을 좋아했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무협지를 쓴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쓰게 된 배경이 많지요. 정치상황을 알레고리로 해서 쓰는 무협지였죠. 당시 원고료가 등록금으로 꽤 요긴하게 쓰였어요. 그 때 배운 건,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빨리 쓰고, 정해진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써야 된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 훈련들이 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치소설이라는 게 명예훼손이니 뭐니 해서 굉장히 제한된 장르거든요. 쓰다 보니까 정말 내 마음대로 써도 되는,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되는 소설을 써야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본격적인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심어주었던 것 같아요.
김원일 김영하 씨를 비롯해서 근간의 우리 젊은 작가들을 볼 때 상업성, 저속함, 무절제한 섹스, 폭력성, 이런 것들에 상당히 몰두하는 것 같아요. 그런 현상에 대해서 고발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김영하 씨의 소설이 어떤 진정성, 순수함, 윤리성이 상실된 시대의, 혹은 그런 것을 상실한 세태를 공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매력으로 작용해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질문을 좀 받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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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김영하는 그 소설의 소재로써 '섹스' 를 그리 껄끄러워 하지 않는듯 하다.
어떤 글에서는(스크랩 못한 부분) 사람들이 '섹스' 에 대해 관심이 많고, '섹스' 가 들어간 문학작품의 탐독률이 높기 때문에 굳이 '섹스' 를 제외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는 내용을 읽은듯도 하다.
읽히지 않는 문학은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소재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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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http://www.mithrandir.co.kr/mt/archives/2005/01/20050108_001117.html
김영하, 김훈
1. 김영하 작가의 소설 다들 좋아하시나요? 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워낙 재미없게 읽었기 때문에, 이 작가를 둘러싼 인기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분의 다른 단편들을 추천하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단편집들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여전히 재미없더군요. 저한테는 영 맞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글을 읽으려는 데 겉도는 그런 느낌 아시나요? 이분의 문장을 읽을 때면 저는 항상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전에 이분이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상의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더니... 다름아닌 동인문학상이었더군요. 어제는 lunamoth님의 글을 읽다가 잊고있던 글을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김영하 작가가 이 김영하씨였네요. 제가 왜 김영하 작가의 글과 맞지 않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꼭 정치 사회적인 오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가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치있다, 하지만 더 깊게 파고들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역시 글이란 작가 자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겠죠.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래서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검은꽃'은 한 번 읽어볼 예정입니다. 소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뒤에 가서 재미없어져"라고 하니 걱정이 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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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김영하의 가치관이 배어있는 소설을 소재로한 영화 '주홀글씨' 는..
그런 가치관의 분위기를 풍기게 되겠지.
'주홍글씨' 라는 제목은 솔직히 좀 의아스럽긴 하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주홍글씨라는 영화는
[세계영화대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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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arlet Letter |
청교도 정신은 실용주의와 함께 아메리카의 정신적인 기조를 이루어 왔던 교리. 하지만 작가 호돈은 신대륙에 건설한 미국과 이 나라를 지탱해 주는 청교도 주의가 실은 위선과 독선으로 가득찬 것이라고 비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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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rlet Letter ('73) |
감독:빔 벤더스,주연:센타 버거,루 카스텔,한스-크리스티안 블레치,옐라 로트랜더 호돈의 원작 소설을 독일 출신의 빔 벤더스 감독이 현대적인 감각을 겯들여 재해석했다.17세기 매사추세츠주 살렘이라는 지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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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기도 정말 많다.
이중에 데미무어가 주연한 95년도작 주홍글씨가 생각난다.
아마.. 불륜이라는 소재를 빗대어 '주홍글씨' 라는 제목을 사용했는가 보다.
트렁크씬에서 '주홀글씨'라는 대사가 이은주의 입을 통해 한번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혹은 문학작품에서의 '주홍글씨' 의 이미지와는 좀 매치가 안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굳이 '주홍글씨' 라는 제목을 사용해야 했을까?
좀 독창적인 새로운 제목을 사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이 영화의 끝은, 불륜관계를 끝내고 싶어하는 한석규와 안되는줄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은주가 훈장수여식날 만나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섹스를 벌이려다가 트렁크에 갇히게 되면서 파국을 맞게 되는데, 김도연님의 블로그에 쓰인 말마따나, 뒷부분에서 좀 의외스러운(재미없는?) 결말로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좀더 극적인 방식의 결말이었다면 좀더 짠~ 한 느낌이 오지 않았을까?
황당하지만 어찌되었든, 이 트렁크씬에서 꼬이고 꼬였던 삼각관계가 해소되니, 분명 중요한 씬은 중요한 씬이다.
굳이 평가를 내린다면, 꽤나 괜찮게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이런류의 영화에서 계속 참패를 당한 한석규의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좀 아쉬운듯한 느낌이 많이 드는 영화이다.
P.S. 이은주 씨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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